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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KT, 경영공백 장기화 불가피…이사회 재구성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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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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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공시를 통해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 사퇴를 공식화했다.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어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 구 대표와 이사진은 오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규 CEO 후보 선임 절차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KT “대표 선임건 폐기” 공시



차기 CEO 후보로 나섰던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은 27일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지난 7일 차기 CEO 후보에 오른지 19일 만이다. 이에 KT는 “윤 후보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며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폐기한다고 공시했다. 윤 후보가 추천한 사내이사(송경민 KT SAT 대표(KT 경영안정화TF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선임 안건도 정관에 따라 무효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KT의 한 이사는 “(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사퇴한) 윤 후보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책임이 엄중하다고 본다”며 “남은 일은 가라앉은 배를 어떻게 할지인데, 주총이 끝나야 결정할 것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사회가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던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이사 후보에서 사퇴하며 안건이 폐기됐다. 이에 따라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3인(강충구·여은정·표현명)의 재선임 건과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만 논의 예정이다.

윤 후보의 사퇴로 KT는 차기 CEO 후보 공모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밟게 됐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심사를 포함하면, 4개월 여 사이 대표 선임 절차를 네 번이나 진행하는 것이다. KT는 차기 수장을 결정짓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미뤄두고 있는 상태다.



직무 대행, 누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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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표이사 사퇴를 발표한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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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한 달 이상 공석으로 남을 대표직을 누가 수행할지도 문제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 사내이사가 직무를 대행하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이 유고 시 사내 직제규정 순으로 대표직을 수행한다. 이 경우 대표 직무 대리는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맡게 된다. 상법상으로는 구 대표가 임시 주총까지 대표직을 연장할 수도 있다. 임기 만료로 퇴임한 대표가 새로 선임된 대표가 취임할 때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대표와 박 사장 모두 ‘국회의원 후원금 쪼개기 지원’ 사건으로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았던 것이 변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박 사장은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등이 차기 대표가 정해지기 전까지 임시 대표 선임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상법에 따르면 법원은 주요 주주 청구에 의해 일시적으로 대표 직무를 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다.



이사회 재구성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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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주관할 이사회 역시 재구성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되는데 사내이사 2인(구현모·윤경림)은 주총일에 임기가 끝나고, 사외이사 8인 중 이강철·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사퇴하며 이미 두 자리가 공석이다.

이번 주총에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통과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이들의 재선임에 대해 “지배구조 감독과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 법적 우려가 있는 이사(구현모 현 대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KT 이사회에는 김대유·김용헌·유희열 사외이사만 남게 된다. KT 관계자는 “사외이사 3인만 남게 될 경우 CEO 선임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28일 열릴 긴급 이사회에 구 대표와 이사진이 참석해 이 같은 내용까지 모두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KT 노조는 이사회에 책임을 묻고 있다. 다수 노조인 KT노동조합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이사회가 자신들의 인력 풀 안에서 무리하게 후보를 뽑은 데서 비롯된 실패”라며 “대혼란을 초래한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르면 5월경에나 KT가 경영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의 CEO 선임 절차가 난항을 겪으며 새롭게 올 CEO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며 “기존 KT가 구축해 놓은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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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여성국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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