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경쟁자는 둘, 하지만 자리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KIA의 5선발 주인공을 둘러싼 경쟁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스토리가 더욱 풍성해진 건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신인 좌완 투수 윤영철 덕분이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은 수차례 윤영철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동시에 5선발 최종 후보가 차례로 좁혀지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된다”며 행복한 고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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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
충분히 그럴만하다.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에서도 루키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윤영철은 실전에서도 펄펄 날고 있다. 지난 2차례의 시범경기에서 8.1이닝을 소화하며 4피안타 4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들에서 윤영철의 최고 구속은 140km 초반대에 평균 구속이 130km 중후반대에 그쳤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좋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프로 타자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는 투구를 했다.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의 ‘고민이 된다’는 발언 속에는 ‘슈퍼루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응원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일말의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팀의 경우 신인 투수가 개막 엔트리에, 그것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는 게 쉽지 않기 때문. 통상 역대 많은 팀들 역시 경험을 주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범경기까지는 신인투수들에게도 기회를 주지만,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그들의 거취는 후순위로 밀리거나 덜 중요한 역할로 바뀌기 마련이다.
지난해 최고의 신인 기대주로 꼽혔던 내야수 김도영을 깜짝 엔트리에 승선시키는 등 신인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준 김종국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더라도 개막 엔트리 선발 로테이션 진입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더군다나 강력한 5선발 후보인 임기영은 프로 통산 184경기에 출전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지난해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4승 13패 1세이브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은 4.24로 최근 5시즌 가운데서 가장 좋았다.
상대를 압도하는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반대로 쉽게 무너지는 장면도 자주 나오지 않는 편이다. 실제 임기영은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에서 5이닝을 소화하며 2피안타 4볼넷을 허용했지만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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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
김 감독의 고민은 결국 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윤영철은 지난 26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 퓨처스팀과 경기에 선발 출전해 5이닝 6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쳐 또 한 번의 무력시위(?)를 했다.
비록 퓨처스팀을 상대로 한 투구였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실전 경기를 몇 차례 치러보지도 않은 신인 투수가 23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90구를 던져 순조롭게 5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을 했다는 건 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한 결과다.
특히 26일 퓨처스 NC전에서 윤영철은 직구 구속은 최대 최저 133km에서 최고 137km까지로 평균은 135km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려 51구를 던졌고, 슬라이더(25구)와 체인지업(14구)을 섞어 NC 퓨처스팀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했다.
직구 구속이 빠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파워피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타자들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건 스피드건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윤영철만의 장점이다.
물론 임기영 역시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임기영은 오는 28일 부산 사직 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 등판할 예정. 김 감독과 KIA 코칭스태프는 최종 경기까지 지켜본 이후 5선발 보직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의 개막전 엔트리에서의 선택이 어찌 됐든, KIA로선 아기호랑이 윤영철이 보여주고 있는 이 패기의 도전이 마냥 반가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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