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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새사업자 진입, 은행에 위협적"…4대금융 사업보고서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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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성장률 1.4%…정부보다 전망치 낮아

“수출·내수 부진, 성장률 저하” 등 악재 많아

“기준금리 급등 없지만 인플레 지속”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202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 수준으로 예상한다. 수출이 큰 폭으로 줄고 있으며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민간소비가 둔화하는 추세다.”(KB금융(105560))

“올해도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다. 내수 부진과 함께 대외부문의 어려움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신한지주(055550))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은 엄중한 상황에서 올해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긴축적인 통화 기조도 계속될 것으로 봤다.

고금리 국면에서 큰 이익을 거두자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은 은행에 대해선 사회적 책임 강조 등이 새로운 경쟁 요소이자 수익성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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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다 낮은 경제 성장률 제시한 금융지주


27일 4대 금융지주가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경제 전망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KB금융이 예측한 올해 경제 성장률 1.4%는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인 1.6%보다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출·내수가 모두 부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한지주는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고물가가 이어지고, 통화 긴축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하반기 성장세가 높아지겠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봤다.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금리·환율 등과 관련해서도 녹록지 않은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정한 경제 여건에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KB금융은 “채권시장은 국내 경기 침체 등으로 연내 2~3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기도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연내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이후에도 금리 인하는 미세 조정 정도이고 2.50% 내외 중립금리를 하한 수준으로 지목했다.

신한금융 역시 통화 긴축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위한 국채 발행 등으로 시장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최종 기준금리를 3.75%로 예측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로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내 금리 인하로 정책 전환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4분기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현재 1300원 정도로 하향 안정화된 상태다. 금융지주들은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과 미국과의 금리 격차 축소, 중국 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 덕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경제 성장이 제약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가 또다시 나타날 수 있어 상방 요인 또한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보고서 발간 시점은 3월 중순으로 최근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던지고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크레디트스위스(CS)가 기재되진 않았지만 KB금융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신용경색 위험을 염려했다. 특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취약 부분이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지난해 CS 파산 우려를 언급하기도 했다.

빅테크·인터넷뱅크·연체율 등은 ‘경쟁 요인’

각 금융지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들은 지난해 큰 이자이익을 거둬 호실적을 올렸지만 사업보고서에는 빅테크의 등장 등 금융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대출 부실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 우려 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상생 금융 압박도 경영 측면에서는 부정적 이슈로 보는 곳도 있었다.

은행이 공통으로 지목한 경쟁 요소는 업권 내 새로운 사업자들의 진입이다. KB금융은 “빅테크와 챌린저 뱅크의 금융업 진출 확산으로 금융산업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고 신한금융도 경쟁 심화의 이유로 디지털금융회사와 그림자금융회사를 지목했다.

하나금융은 중금리 시장을 확대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마이데이터·종합지급결제업 등 사업자가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유치에 위협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우리금융은 “은행들이 자산관리, 투자금융, 생활금융 등 수익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증권·보험사·빅테크사 등 타업권과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산건전성은 은행들의 오랜 고민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로 전월대비 0.06%포인트 상승하며 2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지주들도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율 상승과 관련해 불확실성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한금융은 “중소기업대출 대상 대손충담금 적립 부담이 늘면 은행 신규여신 공급 여력에 부정적 영향”이라며 “시장금리 상승 및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차주 상환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발 규제 등은 은행 경영 측면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나금융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으로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 공공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출금리 인하 압력과 채무재조정 프로그램 시행 등은 수익성·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및 사회적 공공성 요구 증대’를 새로운 경쟁 국면이라고 규정했다.

신한금융은 “금융당국의 고강도 주택 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규제 범위가 신용대출까지 확대되고 있어 은행의 가계대출 자산 성장이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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