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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챗GPT發 훈풍에 감산 맞물려···"메모리 바닥신호 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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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공급과잉 해소]

◆ 3분기부터 '업턴' 전망

생성형AI 열풍 타고 수요 폭발

D램 가격 전망치 낙폭 크게 줄어

OECD 경기선행지수도 보합세

삼성·SK하이닉스 실적 호재로

SVB사태 등 금융위기 확산은 변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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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서 하반기 D램 시장의 수요 역전을 예측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의 감산 작업에 따른 공급량 감축과 챗GPT 등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의 출현으로 인한 수요 반등이다. 저점을 찍은 세계 거시경제지표 등도 메모리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져 4분기에는 반도체 D램 수요가 공급을 5.81%나 앞설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바닥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D램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이 맞춰지고 있는 데는 메모리 회사들의 생산량 조절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메모리 회사들의 재고 일수는 20~23주 수준이다. 각 회사들이 수요 부진으로 팔지 못해 쌓아둔 제품을 약 5개월이 지나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메모리 회사들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설비투자 예산을 깎으며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까지 줄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의 저가형 제품을 감산했고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전체 D램 생산량의 20%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단행한 감산의 효과는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3분기 동안 재고 조정으로 생기는 비용이 적어지고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신규 수요 발생으로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이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AI 생태계가 D램 시장의 활황을 앞당길 새로운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시스템을 가동하는 고사양 서버용 D램의 4분기 공급 부족 비율은 6.59%에 달한다. 세계 4대 메모리 시장인 서버·PC·모바일·그래픽 시장 중 가장 눈에 띄는 공급 부족 신호다. 메모리 업계도 생성형AI 시장을 주목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2월 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해 “AI 챗봇이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반기 각종 전방 산업의 회복세도 D램 시장 활황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서버용 D램은 물론 스마트폰·그래픽용 D램 모두 3분기부터 수요가 공급을 2% 이상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PC 시장 역시 D램 시황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PC 회사들이 ‘DDR5’라는 새로운 규격의 D램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고사양 PC를 찾는 소비자들이 신규 기기로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D램 공급과 수요량이 균형을 맞춰가면서 D램 가격 전망치 낙폭도 둔화하는 추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제품인 DDR4 8Gb D램의 고정 거래 가격은 이달 1.81달러에서 올해 12월 1.50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12월 말 2.21달러로 크게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줄었다. 하반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D램 수요와 동행하는 주요 경기선행지표들도 잇달아 낙관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BNP파리바가 발표하는 글로벌유동성지수를 보면 3월 초 기준 0.21까지 떨어져 지난해 1월 이후 약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자금흐름은 0에 가까울수록 원활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기 전망도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달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에 따르면 2월 기준 98.5로 전월 대비 보합세를 나타내며 2021년 6월 이후 19개월 동안 이어진 하락세가 멈췄다. 이주호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장은 “3월 초까지는 각종 지표들이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서 추세적으로 경기가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이 몰고 온 공포 심리다.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을 흡수하게 돼 자금 흐름은 둔화된다. 동시에 실물경기에 대한 낙관 심리도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 침체 공포가 다시 커지면 당연히 D램과 같은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줄어든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급 측면에서만 보면 일단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향후 경기 흐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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