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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4대은행 자본여력 '17조 이상'…코코본드 상각 '가능성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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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CS(크레디트스위스) 사태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관련 우려가 커지지만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가 상각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은행은 상각 조건이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한정돼 있고, 자산 건전성이 양호해 자본여력도 두터운 편이다. 주요은행은 적어도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해야 상각 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기준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총 31조4000억원이다. 이중 은행이 발행한 부분은 13조3000억원이다.

최근 스위스 금융당국이 CS 매각 과정에서 170억달러(22조원)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AT1) 전액 상각을 결정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독일 도이체방크 위기설도 제기되면서 2014년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 가격이 이달 들어 3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주식보다 선순위로 평가받던 채권이 전액 소각되자 시장에서 조건부자본증권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국내 은행이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도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업계에서는 국내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의 상각 가능성을 낮게 본다. CS 사태는 스위스 당국이 지원 직전 관련 법률까지 개정하면서 결정한 이례적인 상황이고, 상각 조건도 국내은행과 많은 차이가 있어서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발행한 조건 조건부자본증권의 채무조정 사유는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한정돼 있다. 투자설명서에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시 '원금과 이자 전액을 영구적으로 상환받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국내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경우 △총자본비율 4% 미만, 기본자본비율 3% 미만, 보통주자본비율 2.3% 미만 △경영실태 평가등급이 5등급(위험)으로 판정된 은행 등일 때 부실금융기관 대상이 된다.

4대 은행의 자산은 지난해말 기준 443조~518조원으로 부채를 크게 앞서고 있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해 25조7600억~33조7200억원의 자산이 한 번에 줄거나 같은 규모의 부채가 늘어야 한다.

자본비율조건도 가능성이 적은 것은 마찬가지다. 4대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이 2.3% 밑으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KB국민은행 25조3200억원 △신한은행 22조3600억원 △하나은행 23조5000억원 △우리은행 17조38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대규모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주요 은행의 순손실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도 SVB(실리콘밸리은행), CS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본다. 금융당국은 이날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통해 건전성 현황을 점검한 결과, 현재까지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후 시행된 은행·저축은행 예대율 등 금융권의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를 오는 6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이 상각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는 상황"라며 "문제가 생겨도 CS처럼 일부 채권만 전액 상각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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