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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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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개딸’ 논란 확산···“이러다 총선 망한다” VS “보수의 공격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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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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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좌표 찍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강성 팬덤층인 개딸과 선을 긋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27일 이 대표 지지자들이라고 스스로 밝힌 ‘동탄민주시민연대’라는 단체 이름으로 비명계 이원욱·박용진 의원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두 의원에 대해 “우리 단체에 ‘악마화된 조작 사진’ ‘정치 훌리건’ 등의 모욕적 표현은 물론 이번 집회 참석자들이 ‘과격한 개딸들’이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이원욱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이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집회 참여 독려 웹자보에 이 의원의 입과 눈매가 날카롭게 변형된 사진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 의원과 박의원은 SNS에 “이제 개딸들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 “정치훌리건, 악성팬덤은 정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박살낸다”는 글을 각각 올렸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공격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SNS에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동”이라며 자제를 촉구했지만 소용 없었다.

당내에서는 팬덤정치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SNS에 “개딸은 이미 2030도, 여성도 아니다. 다양성이 생명인 민주정당을 파괴하는 세력일 뿐”이라며 “민주당의 혁신은 개딸 절연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재명이네 마을’ 카페 탈퇴, 악플을 단 당원에 대한 강력 제지, 이 대표의 이·박 의원에 대한 직접 사과와 폭력적 팬덤 대응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개딸은) 팬덤의 그런 것을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면서 “폭력적인 행위들이 당의 분열을 가져오고, 윤석열 정권의 분열적인 작전에 말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 시절에 ‘수박’이라는 용어를 쓰면 징계하겠다는 발언까지 있었다”면서 “우리가 당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중진의원들도 개딸의 행태가 당 통합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4선 중진인 우원식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이 의원 공격에 대해 “설마 정말 우리 지지자일까 이런 의심이 든다고 할 정도로 금도를 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2016년 촛불집회 당시 일부 과격 시위자들이 경찰버스에 올라가자 ‘내려와’라고 외친 시민들의 행동에서 착안해 서로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자는 취지의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다만 “과도한 행위를 하는 분들을 이재명 대표, 민주당의 일반적인 많은 지지자들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딸들, 지지자와 헤어지라는 것 또한 과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개딸은 보수가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맞섰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개딸 프레임은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이 민주당 지지자들을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무지성적이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그 프레임에 말려들어서 당 지지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는 팬덤 정치 청산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이 대표를 정치적·사법적 위기에서 지켜줄 사람들도 이 대표 지지자들이지만,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팬덤정치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나에게도 ‘원래 이재명은 사이다였는데 이젠 변했다’며 손절하겠다는 항의 전화가 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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