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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관객 10명 중 6명 2030 여성"··· 창극의 가능성 증명한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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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정년이' 돌풍

남성 중심 사회적 차별에 맞선

여성의 연대·성장 스토리 공감

공연장 메운 관람객들 "얼씨구"

신명나는 소리도 재미 더해

웹툰 원작으로 창극 대중화 열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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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우리는 세상의 왕자”

국립창극단의 신작 창극 ‘정년이’가 젊은층, 특히 2030대 여성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전통 예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사회가 정한 여성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연대, 성장 스토리가 현대에도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낯선 창극이 젊은층에게 익숙한 원작 웹툰을 만나 창극의 대중화를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품은 1950년대 여성국극단이 ‘매란국극단’을 배경으로 한다. 여성국극이란 소리, 춤,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국악판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여성 배우들로만 꾸려져 남자 배역까지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게 특징이다. 주인공 정년이는 국극단의 스타가 되겠다는 꿈만 갖고 상경해 국극에 도전하고 좌절했다가 다시 도전한다.

공연 회차마다 500여 석의 공연장은 20, 30대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창극에 익숙하지 않을 법한 데 관객석에서는 극 중 배우들의 소리에 맞춰 ‘얼씨구’, ‘허이’ 등의 추임새가 쏟아졌다. 매란국극단원의 극 중 복장과 비슷하게 흰 저고리, 파란 치마를 입고 관람한 관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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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인기는 예고된 부분이다. 공연의 전 회차가 개막 두 달 전 이미 매진된 데 이어 세 차례 추가 편성된 공연까지 매진됐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의 비결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점이 손꼽힌다. 동명의 웹툰 작품은 2019~2022년 네이버에서 연재돼 당시에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대중에게 낯선 장르인 창극이 대중에게 친숙한 웹툰과 만나 인기가 이어진 셈이다. 120여 회차에 달하는 원작 웹툰의 장대한 서사를 2시간 안팎의 시간으로 압축한 탓에 극의 흐름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소리꾼들의 열연과 신명나는 판소리 합창 등이 원작의 재미를 더했다는 평이다.

여성이 사회적 차별에 맞서 싸우는 장면들 또한 젊은 관객을 창극으로 불러오게 만든 요인이다. 극 중에서 권부용 역의 어머니가 국극의 대본을 쓰나 여자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본을 낸다. 국극단을 나와 가수가 되려는 정년이에게 인기 가수는 ‘여가수라면 요염하게 노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극 중에서 매란국극단이 ‘자명고’를 연기할 때 원작과 달리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끝까지 지키다가 목숨을 잃는 결말로 각색한 점도 특징이다.

가부장적 남성 중심의 사회상을 꼬집고 여성의 주체성을 내세운 장면들이 여성 관객의 공감을 일으켰다. 정년이 관객의 92%는 여성, 특히 68.1%는 20대 30대 여성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공연을 본 관객들로부터 ‘창극을 처음 봤는데 재밌다’, ‘지방 순회공연해야 한다’ 등 후기가 이어졌다.

국립창극단 측은 “웹툰 속 소리꾼의 소리를 무대에서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게 매력”이라며 “무대, 의상 등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원작과 또 다른 공감각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년이의 공연은 오는 29일까지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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