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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얼룩말 '세로' 탈출 후…"인간이 미안해" 동물복지 논란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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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도로에 나타난 얼룩말 '세로'.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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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세로'의 탈출 소동을 계기로 동물복지 논란이 점화됐다. 동물을 가둬 전시하는 동물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27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2시40분쯤 수컷 그랜트 얼룩말 한마리가 동물원을 탈출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주택가로 나왔다. '세로'라는 이름이 있는 이 얼룩말은 20분 넘게 주택가를 활보하다 동물원에서 1km가량 떨어진 광진구 구의동 골목길에서 포위돼 탈출 3시간 30여분 만에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세로 탈출 소동 이후 2019년에 태어난 세로가 부모를 연달아 잃고 외로워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이 같은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초원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데 부모 잃고 얼마나 무서울까", "인간이 너의 삶을 얼룩지게 해 미안하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도 동물을 가둬 사육하는 동물원 환경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다수 게재됐다. 한 작성자는 "인간으로 따지면 어린아이를 부모도 친구도 없이 집구석에 가둬두고 먹이만 주는 꼴"이라며 "혼자 좁은 우리에서 지내게 하지 말고 무리와 어울리게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동물원 폐지에 찬성하는 양모씨(29)는 "성인이 되고 동물원에 갔는데 그때 본 동물들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며 "몇몇 동물은 스트레스가 심해져 이상 행동을 보이는 걸 보고 동물원에 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남모씨(25)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야생에서 살아갈 동물들의 권리를 뺏는 것 같다"며 "동물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의 동물원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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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코끼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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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조경 생명문화교육원 대표는 "동물은 본래 습성을 최대한 유지해줘야 하는데 제한된 공간에 넣고 자유를 박탈하는 현재 동물원의 구조는 엄연한 동물 학대라고 볼 수 있다"며 "돈을 받고 관람하게 하는 구조를 없애고 멸종위기종 보호 차원에서 야생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측면은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동물원 수준은 굉장히 열악한 수준"이라며 "일부 동물원은 바람도 햇볕도 없는 실내에서 맹수를 사육하는 반생태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사냥 활동 등 야생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행동 풍부화 활동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물원을 단번에 없앨 수 없다면 동물이 최대한 야생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동물 복지 동물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물행동전문가인 이웅종 연암대 교수는 "도심 속 동물원의 경우 부지 확보가 쉽지 않고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불빛이나 소음도 더 많다"며 "품종마다 활동 반경을 고려해 동물들이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동물 복지 동물원으로 점차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VR(증강현실), AR(가상현실) 등 기술을 활용해 동물원을 대체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시각 자료가 풍부한 만큼 충분히 VR이나 AR 등을 활용해 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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