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르포]'135일의 기적'…포스코, 포항시와 미래를 그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135일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해 물에 잠겼던 아픔은 완벽하게 지우고 완전 재가동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 지하를 방문할 당시 코를 찌르는 물비린내와 기름 냄새 등 특유의 악취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1000도가 넘는 쇳물을 뽑아내는 출선 작업과 이를 가지고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포항제철소가 이처럼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스코그룹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140만명의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는 성공적인 침수 피해 극복을 통해 얻어진 더욱 단단해진 철강 본원 경쟁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및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팩토리 체제 구축 등에 집중하고 있다.

◆140만명이 이뤄낸 135일의 기적

태풍 힌남노 피해로 공장 가동을 멈췄던 포항제철소가 완벽하게 가동된 건 지난 1월 20일이다. 냉천 범람으로 침수된 공장을 마주했던 직원들은 135일간의 복구 과정을 기적에 가깝다고 표현하고 있다.

최주한 포항제철소 제강부 2제강공장 공장장은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당일 아침은 재난영화의 시작처럼 매우 평온했다. 포항도 여명이 밝아올거라 생각하는 아침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공장 곳곳에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공장이 침수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제철소로 밀려 들어온 물은 620만톤에 달했다.

포항제철소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공장은 2열연공장이다. 유압류 공급 장치가 있는 지하 8m 높이의 이곳은 길이 420m, 폭 12m의 공간이 삽시간에 물로 채워졌다. 가장 큰 문제는 바닷물과 함께 밀려 들어온 뻘과 모래는 기계 속으로 들어가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당시 공장에 밀려온 물을 퍼내는대만 한 달 가량 소요됐을 정도다.

2열연공장이 재가동 된건 약 100일의 시간이 흐른뒤다.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은 "공장이 복구된 지 99일째가 됐는데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첫날 압연이 무사히 끝난 걸 보면서 너무 기뻐 만세를 불르고 하루종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또다시 눈물을 훔쳤다.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항제철소가 공장 가동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과 민·관·군의 지원 덕분이다. 수해 복구에 투입된 인원은 140만명을 넘어섰으며 단 한 건의 중대재해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포항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 몫했다. 또 냉천 범람 직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신속히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4만3000개에 달하는 모터를 빠르게 복구해 재가동할 수 있게 됐다. 만약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면 모래와 뻘이 모터속으로 들어가면서 대부분 복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 135일 동안 복구 작업을 진행하면서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은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여의도 면적 세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에 근무하면 다른 부서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며 같은 팀원이라도 교대 근무를 하면 서로 대면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석준 선재부 3선재공장장은 "포항제철소 직원 뿐 아니라 협력사도 같이 일하고 있는데 복구작업을 하면서 서로 묵었던 오해도 많이 풀리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것 같다"며 "정상가동 후 직원들과 소통이 더 잘 되고 있고 협조 요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들어주려고 하는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2고로에서는 빨간 용선이 끓고 있었고 정리진 루트를 따라 쇳물이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2게작공장에서는 280톤의 용선이 뜨거운 열기와 끓는 소리를 뿜어내며 장입되고 있었다. 용선은 작업을 거쳐 1650도의 용강으로 나오게 된다.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2열연공장은 완벽하게 정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2열연공장에서는 약 2분 간격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대형 슬라브(철강 반제품)가 뜨거운 열기와 굉음을 내며 얇게 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2열연공장은 압연공장의 핵심으로 1개의 무게가 15~37톤인 열연제품을 하루 700개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연간 500만톤에 달하며 현재는 침수 이전 생산량을 회복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재발 방지 대책도 세웠다. 공장 외곽에 1.9km 길이의 차수문을 설치 중이며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고 변전소, 관제센터 등 주요 시설에 차수판과 침수 방지 용벽도 둘렀다.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래를 그리다…저탄소·스마트 제철소 구축 가속페달

포스코는 침수의 아픔을 딛고 저탄소, 스마트 제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선언했는데 고로 등 기존 생산방식을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스코는 '하이렉스(HyREX)'기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파이넥스(FINEX)'설비를 포스코와 공동으로 설계했던 영국의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렉스 시험설비 설계에 착수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 기술개발을 완료한 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물인터넷(IoT), AI, 빅데이터 등 스마트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제선 공정의 경우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예측 및 관리하는 '스마트 고로'로 변모했다.

또 제강 공정에서는 만들어진 쇳물을 연주 공정을 거쳐 슬라브로 만들기까지의 로스 타임을 최소화하고 온도, 성분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통합 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멈춤이나 지연 없는 연속 공정을 가능하게 했다. 도금 공정에서는 딥러닝을 이용해 제품의 강종, 두께, 폭, 조업 조건과 목표 도금량을 스스로 학습해 정확히 제어할 수 있도록 도금 기술을 적용했다.

천시열 포스코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2026년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2030년까지 상용 기술개발을 완료한 뒤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벤처 육성 및 지역 상생 발전에 기여

포스코그룹은 국내 최대 벤처요람인 체인지업 그라운드 지원을 통해 국내 전(全)주기 선순환 벤처플랫폼 구축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 포항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를 기부해 지역 명소화에 힘을 쏟는 등 국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기업시민을 실천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포항에 조성한 스타트업 육성 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도 소개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센터다. 단순 공간적 개념이 아닌 포스텍(POSTECH·포항공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방사광가속기 등 세계 2위 규모인 연구시설과 5000여 명의 연구인력, 연간 1조원 규모의 연구비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가 집적된 산학연 협력 허브를 벤처 밸리로 확장한 것이다.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산학연협력담당 전무는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설립 목표 중 하나"라며 "현재 수도권에서 24개 기업이포항으로 내려왔으며 서울서 창업하던 포스텍 학생들도 이곳에서 창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 포항이다.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등에서도 창업을 위해 내년부터 이곳에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입주기업에게 산학연 협력 인프라를 제공하고 포스코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화 실증 기회와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벤처 펀드를 활용한 성장단계별 스케일업 자금 지원, 정부와 지자체와 연계한 투자 유치(IR) 기회도 제공한다. 입주기업들은 다른 인큐베이팅 센터와는 차원이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호평하고 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