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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장하준 "주69시간제 시대착오적 발상…생산성 말고 묘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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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0년 만에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뉴시스

[서울=뉴시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키 제공) 2023.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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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최근 이어지는 금융위기를 저는 2008년의 후편이라고 봅니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최근 이어지는 경제 위기에 대해 "기존의 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위기를 막은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장 교수는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경제 상황과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1929년 대공황과 대조되는 게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1, 2차 뉴딜 정책을 하면서 금융 위기만 처리한 게 아니라 금융 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해 제도 개혁을 했다"며 "2008년 이후에는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 강화 말고는 이렇다 할 근본적인 개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이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등 다수의 대중 경제서를 펴내며 전 세계 46개국 45개 언어로 번역돼 2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저자다.

10년 만에 신작을 펴낸 그는 그간 '강의'에 집중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레시피'를 택했다.

음식 이야기에서 시작해 경제학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번 신간에 대해 그는 "대중을 위한 경제서를 쓰고 글을 기고하는 활동을 하면서 점점 느낀 것이 경제 문맹 퇴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경제라는 렌즈를 통해 파악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경제 논리로 결정돼는데 모든 시민이 어느 정도 경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신간은 마늘, 멸치, 초콜릿 등 18가지 음식 재료로 시작해 경제 현안까지 다다르는 구성이다. 자동화 문제를 비롯해 근로 시간, 기후변화의 문제 등 "음식 얘기로 시작해 묘하게 틀어 경제학 얘기로 가는 식으로 미끼를 던지는 방식으로 썼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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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키 제공) 2023.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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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를 통해 장 교수는 앞서 정부가 논의했던 주69시간제 근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는 그가 책에서 '코코넛'을 통해 설명한 근로 시간과 생산선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이 일을 훨씬 많이 하지만 가난한 이유는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결국 생산성이 문제인데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임금을 낮춰 경쟁하려고 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본다"며 주69시간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결국 우리는 임금이나 노동시간이 아닌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단계"라며 "여기에는 별다른 묘수가 없다. 기술 개발하고 교육, 연구에 투자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줘야 하고 그걸로 승부해야하는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970년대라면 69시간 노동 이야기가 나와도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말이 되는 어젠다라고 하겠지만 지금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마음대로 일할 자유라고 하는데 그걸 자유라고 표현하는 거 자체가 전근대적 자유의 개념이에요. 경제학개론이나 사회학개론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자유고 인간의 자유의지와 구조 두 가지 중 구조를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 자유죠."

대립하는 미·중 관계 속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하고 일본에 말려들어서도 안된다"고 명확히 했다. 그는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일본이 추구하는 한미일 공조에 말려들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무역 의존도가 15%밖에 안 되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경제를 가진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의 위치와 우리가 처한 위치가 완전히 다르다. 그 나라가 보는 세계 전략과 우리가 보는 전략이 같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밖에도 정부의 감세 정책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감세에 대해 그는 "법인세율의 높고 낮음은 논의의 초점이 틀렸다"며 "세율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가는 만큼 서비스를 제공해주느냐를 논의해야 한다. 서비스나 노동질이 높다면 법인세는 높을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가성비"라고 말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복지제도 자체를 없애고 기본소득을 주자는 실리콘밸리 갑부들이 지지하는 기본소득론은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기존 복지제도에서 현금으로 주는 부분을 늘려 복잡성을 줄이는 건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책에 나온 식재료 중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건 코코넛, 멸치 그리고 국수다. 장 교수는 "(코코넛, 멸치, 국수 챕터를 통해) 생산성 향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같이 어느 정도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는 그것 말고는 갈 곳이 없다"며 "그러니 딴생각말고 정공법으로 어떻게 하면 기술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 것인가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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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하준의 경제학 레세피 (사진=부키 제공) 2023.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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