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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면허증만 빌려준 영양사, 곧바로 벌금형 처벌…헌재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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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5인 “식품위생법상 처벌조항, 명확성원칙 반해”
2명은 “과잉금지원칙 어긋나” 판단…7명이 위헌의견 내


집단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영양사가 면허증만 빌려줬을 뿐, 식품위생법 등 관련법에서 정하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행정청이 먼저 직무이행 명령을 부과한 후 이를 위반한 경우에 처벌하는 방안 등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 미(未)수행에 대해 다른 제재 방법들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투데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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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집단급식소 영양사 직무 미수행 처벌 사건’에 대한 위헌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를 규정한 조항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식품위생법 제96조 중 ‘제52조 제2항을 위반한 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27일 선고했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은 서울 영등포구 한 유치원 원장으로, 집단급식소 운영자다. 이 유치원에서 2016년 10월까지 근무한 영양사는 영양사 면허증을 교부하고 매월 식단표를 작성해 이메일로 송부하고, 매달 1회 정도만 방문해 급식 장부 등을 점검했다. 검식 및 배식관리, 구매식품의 검수‧관리 등 식품위생법 52조 2항에 규정된 영양사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청구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인 서울남부지법에서 2017년 7월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법원은 기각했다. 청구인은 대법원까지 상고해 상고심 중 식품위생법 52조 2항 및 96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고 상고 또한 기각됐다. 청구인은 2019년 5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 5인은 문제가 된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유남석‧이선애 재판관 2명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위헌이라고 의견을 냈다.

헌재는 “식품위생법상 직무수행 조항은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처벌 조항에 규정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 미(未)수행에 대해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단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와 관련한 구체적 금지규정 내지 의무규정을 두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한해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처벌 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집단급식소 이용자의 영양, 위생 및 안전이라는 공익이 작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해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는 그 경중 또는 실질적인 사회적 해악의 유무에 상관없이 직무수행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무를 단 하나라도 불이행한 경우 상시적인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사건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의 반대 의견이 있다.

박일경 기자 ekpark@

[이투데이/박일경 기자 (ekpar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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