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추심업체 쫓기는 40대, 50만원 쥐고 눈물…"돈 빌릴 수 있어 감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액생계비 대출 본격 시행
현장 방문한 금융위원장 "인력 추가 투입해 상담 여력 확충"

머니투데이

27일 오전 9시경 서울 소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으려는 사전 예약 신청자가 창구에서 상담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이용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오전 9시. 원래 거주지가 경기도 파주시인 40대 김모씨는 생활비 50만원을 지원받기 위해 서울 중구 소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갈수록 불어가는 부모님의 요양병원비가 부담인 상황에서 300만원을 즉시 준다는 말에 내구제 대출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내구제 대출업자는 김씨 몰래 그의 명의로 8개의 휴대폰을 구입했다. 1200만원에 달하는 휴대폰 기기값을 갚기 위해 김씨는 또다른 불법 사금융에도 손을 댔다. 쌓여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김씨는 채권 추심업체에 쫓기고 있다.

전국 47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이날 오전 9시부터 소액생계비 대출의 상담과 실행이 본격 시작됐다.

상담 직후 50만원을 받은 김씨는 "이 돈이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돈이라도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15.9%라는 금리가 낮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갚을 것"이라며 상환 의지를 내비쳤다.

상담을 받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이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노모씨는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전화를 계속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그냥 오게 됐다"며 "하지만 오늘 예약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고 토로했다.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담을 받을 수 없음에도 생계비가 급해 센터를 방문했던 것이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사전 상담 예약 첫날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사전예약 신청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9시,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엔 수요자가 몰려 1시간30분 이상 접속이 지연됐다. 27~31일 상담 6200여건의 사전예약은 당일 오후 4시쯤 마감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사전예약 가능 날짜를 기존 주 단위에서 향후 4주간으로 늘렸는데, 지난 24일 기준 전체 예약 가능 인원의 98%가 상담을 신청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정부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연체 이력이 있어도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점수가 하위 20%면 상담 당일 5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의료·주거·교육비 등 특정 목적의 자금이 필요한 경우라면 한 번에 100만원까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 평균 금리는 15.9%지만, 이자를 성실납부하면 6개월마다 2차례에 걸쳐 금리가 3%포인트(p)씩 낮아진다.

상담은 생계비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출 상담시 채무조정, 복지, 취업 등과 연계한 종합상담을 통해 차주의 자활을 최대한 돕는다. 이날 상담을 받은 김씨도 추가로 보건복지부의 긴급생계지원제도를 안내받았다. 또 상담은 생계가 어렵지 않은 대학생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지원이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 상담자 부모님과 직접 통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수요자를 걸러내기도 한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7일 서울 양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상담직원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 첫날을 맞아 서울 양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상담 현장을 점검하고, 상담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분들이 연 수백% 금리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고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게 돼 매우 의미가 크다"며 "소액생계비 대출 신청자분들에게는 대출뿐 아니라 채무조정, 복지제도, 일자리 연계 등 복합상담이 제대로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내실 있는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달 3일부터 상담 인력을 추가 투입해 일주일간 375명의 상담 여력을 확충할 것"이라며 "필요시 추가 재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