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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9년째 공터’ 용산 금싸라기땅… 부영, 착공 안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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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금싸라기땅인 ‘아세아아파트’ 부지가 9년째 공터로 방치돼 있다. 지자체에서는 ‘착공신고’만 하면 사업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부지 소유주인 부영주택은 인근 주민과의 소송전으로 착공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부영이 복잡한 상황에 처한 것도 사실이지만 굳이 착공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우선은 해당 부지에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를 직원 숙소로 활용하기로 한 미국 대사관의 설계변경 요구가 부영주택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용산구에 적용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부영주택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근 주상복합 시세가 3.3㎡당 7000만원을 넘어가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시점에 착공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소송과 설계변경을 핑계로 활용하며 착공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현장/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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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용산구청과 부영주택 등에 따르면 2021년 2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아세아아파트’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부영 측에서 착공신고를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내부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부영주택이 ‘아세아아파트’ 부지를 확보한 건 2014년이다. 고급 대단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산 철도고등학교 뒤편 4만6524㎡(1만4073평)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매입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1년 6월 착공해 내년 6월 준공해야 했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2층, 13개동, 969가구로 계획돼 있는데, 이중 일반분양이 819가구다. 나머지 150가구는 미국 대사관 숙소로 사용된다. 용산역과 신용산역, 이촌역 트리플 역세권인데다, 일부에서는 한강 조망도 가능하고, 일반분양분도 많아 눈독을 들이는 청약대기자들이 적지 않다.

부영주택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인근 주민들과의 소송이 길어져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영주택은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전체 부지의 95%를 매입해 남은 부지를 소유한 주민들을 상대로 매도청구 소송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지 북쪽에 위치한 12개 필지가 그 대상이다. 부영주택이 작년 11월 1심에서 승소하면서 도로용 6개 필지의 소유권은 모두 넘어왔지만, 주민들이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아파트용 6개 필지는 2심이 진행 중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인허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가진 지역자치단체의 입장은 달랐다. 용산구청을 비롯한 지자체는 부영주택이 착공신고를 하지 않는데 정확한 배경설명이 없다고 보고 있다. 4만6524㎡(1만4073평) 중 문제가 되는 부지는 314.9㎡(약 100평)로 인데 도로용 필지는 1심 승소로 소유권이 부영주택에 넘어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부영이 적정한 가격을 치루면 되는데 부영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영주택이 매도청구소송을 명분삼아 착공시점을 조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땅부자’인 부영주택은 금융 비용이 없어 해당 부지에 대한 착공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사관에서 요구한 설계변경도 부영주택의 고민거리로 보고 있다. 당초 용산공원 부지 북측에 위치하기로 했던 직원 숙소가 ‘아세아아파트’로 옮겨오면서 대사관 출입구, 별동 건축 등의 요구가 잇따랐다. 대사관 숙소로 사용될 ‘아세아아파트’에 대한 세부 요구사항도 있었다. 미 대사관 측에서 자국 내 건축 규정에 부합하지 않다며 계단실 추가 설치를 요청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영이 고급 주상복합을 짓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미국 대사관측의 요구가 부담될 수 있다”고 했다.

한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금이 많은 부영은 사업을 할 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면서 “전국에 좋은 땅을 많이 갖고 있지만 수 십년째 개발을 안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착공 시점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세아아파트’ 입지는 청약희망자라면 모두가 탐을 낼 만한 곳”이라면서 “미국 대사관 이전 공사도 진행 중인 만큼 숙소로 사용될 ‘아세아아파트’ 착공을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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