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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SVB·CS 이어 DB까지...뱅크데믹 증시 새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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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나드는 불안감이 대규모 인출 초래

금융주 하락 넘어 증시 전반에 악재로 작용

헤럴드경제

“이제 미 증시(월스트리트)는 예전만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관심이 없다. 지금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은행 위기로부터 불거질 수 있는 금융 위기다.”(브래드 맥밀런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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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스위스에서 시작된 은행권 위기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대표 은행 도이체방크(DB)를 덮쳤다. 부실 은행의 파산으로 불거졌던 과거 금융 위기와 달리 ‘불안감’ 탓에 국경을 넘나들며 대규모 예금 인출과 주가 급락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뱅크데믹(Bankdemic·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란 침울한 구름이 은행을 뒤덮은 것은 물론 자본 시장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 금융 당국과 중앙은행 등의 수습에도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금융 불안은 글로벌 증시 내 주요 금융주(株) 하락을 넘어 증시를 전반적인 약세장으로 이끄는 형국이다. 아직 구조적인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국내외 증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 증시에서 도이체방크 주가는 장 중 14% 이상 급락하다 최종 8.5% 하락 마감했다.

2019년 이후 재무건전성이 탄탄한 대표적인 은행으로 꼽혔던 도이체방크 주가가 급락한 것은 신종자본증권인 ‘AT1(코코본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스위스 1위 투자은행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전격 인수하면서 170억달러 규모 AT1을 전액 상각 처리해 ‘휴지 조각’으로 만든 것이 시장 공포를 증폭시켰고, 이 불길이 도이체방크로 옮겨붙은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도 가능성을 가리키는 도이체방크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3월 초 88bp(1bp=0.01%포인트)에서 24일 222bp까지 급등했다.

미 CNBC 방송은 “시장이 타깃을 정해 무너뜨리자는 식의 공포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비이성이 지배한 시장이 희생자를 찾고 있다. 은행 위기 공포가 건강한 은행까지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벌이고 있는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급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린 결과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만큼, 시장은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에 나설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FOMC에서 금리 동결(4.75~5.00%) 가능성은 26일 오후 7시(미 중부 시간) 현재 83.2%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 당국과 중앙은행들이 재빨리 수습에 나서고, 금융·증시 전문가 들이 한목소리로 시스템적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은행발(發) 리스크에 대한 공포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분명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어느 글로벌 금융사든 뱅크데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삽시간에 번질 수 있는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를 무너뜨린 모바일뱅킹 초고속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등 디지털발 위기 가능성이 투자자들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의 주요 금융주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뱅크데믹이 국내 금융회사까지 감염시킬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중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규제·부실금융기관 기준 대비 자본건전성이 매우 우수한 편”이라며 “국내 AT1 특약에는 주식보다 먼저 상각할 수 없고, 구제금융(베일아웃) 제도를 사용하는 만큼 CS와 같은 AT1 상각이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CS에 이어 도이체방크 위기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우려, 피벗(Pivot·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간극이 커지는 미 연준과 시장 간 불협화음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우려가 현실에 비해 과도하다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이 여전히 은행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이슈도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증시에 부담이란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은행 파산의 여파가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로 연결, 주가에 부담을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1·2월에 이어 3월도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수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금융 충격은 2분기 이후 국내 증시에 부담을 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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