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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지중해서 난민 수십명 또 사망…‘목숨 건 탈출’ 10배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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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대통령 ‘이민자 혐오 발언’ 영향

한겨레

26일(현지시각)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구조선을 타고 도착한 난민들이 이탈리아 남부 바리에서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바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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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는 이민자가 올해 들어 급증했다.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튀니지에는 사하라 이남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데, 최근 대통령이 나서 이민자 혐오 발언을 내놓으면서 가장 가까운 유럽인 이탈리아로 ‘목숨 건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이민자들이 탄 배 두 척이 뒤집히면서 적어도 29명이 숨졌다. 가라앉은 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탑승했는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실제 숨진 이들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틀 전인 24일에도 비슷한 사고로 최소 34명이 숨졌다.

튀니지는 빈곤과 폭력을 피해 탈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 국가다. 튀니지의 스팍스 해변에서 이탈리아 최남부 람페두사섬까지의 직선거리는 20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 이곳에서 유럽으로 ‘위험한 항해’를 떠나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로 향한 이민자는 올해 벌써 1만2천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00명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운 증가세다.

튀니지 해안경비대는 지난 나흘 동안 유럽으로 향하려던 배 80척을 멈춰 세우고, 3천명이 넘는 이들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람페두사섬에는 최근 약 24시간 만에 2500명이 배를 타고 도착하는 등 튀니지발 이민자들로 사실상 ‘포화 상태’가 됐다.

올해 들어 튀니지를 탈출하는 이들이 급증한 것은 지난달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노골적인 이민자 혐오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대규모로 이민자가 유입되는 것이 자국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이후 튀니지에서 이민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갑작스러운 폭력에 내몰렸다. 이 때문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부의 ‘반이민’ 기조에도 유럽으로 향하는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에는 영국의 예술가 뱅크시가 후원하는 이민자 구조선 ‘루이즈 미셸’호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붙잡히기도 했다. 해안경비대는 루이즈 미셸호가 이탈리아의 규정을 어기고 다른 이민자들을 구출했다며, 이들이 구출한 약 180명의 이민자를 구금하고 배 역시 압류했다고 밝혔다. 루이즈 미셸호를 운영하는 활동가들은 “수십척의 보트가 섬 바로 앞에서 고통에 빠진 것을 알고도 도움을 줄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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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정박한 구조선 루이즈 미셸호. 이 구조선은 영국의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후원했다. 람페두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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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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