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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수첩] 車 안전을 늘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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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콜 통지서를 최근 받았다.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가 작동하면서 파편이 생겨 승객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품 가운데 하나인 가스발생기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뚜껑이 없어 밖으로 튕겨져 나올 가능성이 발견됐다.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알기 어려웠을 법한 일이었지만 ‘사후 조처’ 덕에 조금 더 안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차를 탈 때마다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제작사가 차를 만들 때는 물론 소비자가 몰고 타는 과정에 안전 기준이 빼곡히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많이 타는 승용차는 보통 2t이 넘는 무게에 말 수백 마리 정도의 힘을 낸다. 언제든 사람을 해할 흉기로 작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나 부품과 관련해 과거 형식승인 제도를 적용하다 20년 전부터 자기인증으로 바꿨다. 형식승인은 당국이 안전기준 등을 미리 확인하고 허가하는 방식인데 반해 자기인증은 제작사 스스로 기준을 지키되 결함에 대해서도 충분히 책임지게 하는 식이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업체가 보다 자율적으로 나설 수 있으나 사후 안전기준을 잘 따르는지 한층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역할이 빛을 보는 건 이 지점이다. 자동차 리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안전과 연관된 결함을 꾸준히 추적하고 자기인증이 적합한지 조사하는 일을 한다. 동호인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엔진오일 증가현상을 일선 자동차 검사소와 협업해 문제를 살폈고 결국 무상수리를 이끌어 냈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가 성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점도 서류를 검토하면서 찾아냈다. 이렇게 지난 한 해에만 찾아낸 제작결함이 296건, 차량 대수로는 325만여대에 대해 리콜을 이끌어 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연간 리콜 대상이 20여만대 수준이었는데 10배 이상 늘었다.

안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동차 리콜업무 최일선에 있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처한 현실은 그리 순탄치 않다. 당장 제작결함을 살피기 위해 새 차를 사야하고, 미래차 트렌드에 맞춰 시험기준도 손봐야하는데 예산이 넉넉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기업 허리띠를 졸라메는 정부 기조에 맞춰 인력이나 조직 충원도 언감생심이다. 제작결함조사를 위한 예산은 2020년 78억원에서 올해 72억원으로 줄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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