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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연어 귓속뼈 '타투'로 썩은강 오명 벗다…태화강 기적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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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어 귓속뼈에 있는 이석 표시. 이를 보고, 나이와 출생지를 알 수 있다. 사진 울주군 태화강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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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 연어는 강원도 앞바다 등을 누비고 방류한 지 3년이 지나 가장 많이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어가 회귀하는 것은 하천 수질이 최상급을 유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귓속뼈 타투, 나이테로 출생지 확인

태화강생태관·한국수산자원공단이 최근 내놓은 ‘2022년 태화강 연어자원증강 및 보존연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울산 태화강 포획 연어 가운데 2세 이상 어미 연어 60마리 중 68.3%(41마리)가 3세 즉, 수정란에서 부화해 바다로 나간 지 3년 만에 태화강에 회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이후 태화강 방류 연어에는 나이와 출생지를 알 수 있는 이석(耳石) 무늬가 새겨져 있다. 연어를 인공적으로 키우면서 귓속뼈에 타투(문신)나 나무 나이테와 같은 고유 무늬를 만들어 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방류 시기와 출생지 등을 가늠할 수 있다.

이들 연어 이석을 분석한 결과 3세가 68.3%로 가장 많았고, 4세 18.3%(11마리), 2세 13.3%(8마리) 순이었다. 연어 60마리 가운데 울산 태화강생태관이 인공적으로 생산해 방류한 연어는 17마리로, 암컷이 11마리 수컷이 6마리였다. 60마리 중 경북 민물고기연구센터와 동해생명지원센터에서 각각 생산해 방류한 연어는 8마리가 포함됐다.

연어 이석 표시 방류는 국제적으로 연어 자원을 관리하는 북태평양 소하성 어류위원회(NPAFC) 권장사항이다. 국내에선 태화강을 비롯해 강원도 남대천, 경상북도 왕피천, 전라남도 섬진강 등 4곳에서 연어에 고유 이석을 표시해 풀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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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와 나이 등을 확인하기 위해 태화강에서 포획한 연어들. 사진 울주군 태화강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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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태화강생태관을 통해 2016년부터 연어를 인공적으로 생산하고, 꾸준히 방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4127마리를 바다로 보냈다. 조사 장소와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근까지 1891마리가 태화강에 회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화강생태관 관계자는 "강원도 앞바다에서 포획된 연어 중 이석을 한 태화강 방류 연어가 발견되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이석 표시는 연어 이동 과정 등을 파악하는 소중한 증거물이다"고 설명했다.

태화강의 기적…두번째 국가정원으로

울산이 연어를 직접 생산하고, 태화강 방류와 회귀 상황을 정교하게 살피는 이유는 태화강 하면 떠오르는 '환경 오염'이란 지저분한 이미지를 지워버리기 위해서다. 불과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울산 도심 42㎞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채 둥둥 떠오르는 환경오염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2000년 이전에는 수질 오염 척도로 쓰이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 mg/L정도였다.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말 그대로 썩은 강이었다. 악취로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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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전경. 사진 울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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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시민은 2003년부터 ‘1사 1하천 운동’을 통해 태화강 정화 운동에 나섰다. 기업체나 동(洞), 환경단체별로 태화강을 구역별로 나눠 강기슭 쓰레기 등을 치우는 대규모 환경 캠페인이었다. 서울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울산엔 태화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고도경제성장 젖줄이란 점은 같지만 도시 전체가 힘을 합쳐 오랜 기간 죽은 강을 생명의 하천으로 되살렸다. 환경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친 태화강은 현재 국내 도심 하천 7곳 중 수질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태화강에는 3월이면 길이 40㎝인 황갈색 황어 무리가 몰려오고 5월이면 재첩까지 잡을 수 있다. 8~9월엔 백로 등 철새가 모여든다. 강기슭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까지 살고 있다. 2019년 7월엔 태화강 옆은 국가정원까지 지정됐다. 국가정원은 한국에 이곳을 포함해 두 곳뿐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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