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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돈되는 중국경제]‘재정난 심각’ 전격 공개한 새 지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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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시중에 추가 방출한 통화량(M2)은 28조 위안 규모다. 28조 위안을 풀어 이룬 연간 GDP는 6조 위안이다. 1위안의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4.8위안을 투입했다는 계산이다.

중국의 M2는 매달 신기록 행진 중이다. 2월 말 기준 M2 잔액은 275조 5200억 위안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12.9%다. 전월에 비해서도 0.3%P 늘었다.

M1(현금) 잔고는 65조7900억 위안이다. 전 년 동기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증가속도로 보면 전 달에 비해 0.9%P,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1.1%P 빠르다.

일반적으로 M1은 구매력을 상징한다. 투자를 상징하는 게 M2다. M1 증가속도가 M2를 따라가지 못하면 수요 부진을 의미한다. 실물 경기 부진으로 수익을 낼 만한 투자기회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통화 흐름이 유동성 강한 쪽에서 유동성 약한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징조다. 시중 자금이 정기예금에 묶인다는 신호다. 투자전망은 물론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먹구름 낀 격이다.

국가통계국에서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다. 전 달의 2.1%보다도 낮다. CPI가 3개월 연속 1.5% 이하면 디플레이션 신호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설 명절 당시 반짝 소비회복을 보인 이후 리 오프닝 상황에서도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중국 상품 수요도 늘지 않고 있다. 중국 수출은 작년 10월 이후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낮아졌다. 공산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두 달 후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통화를 늘리면 인플레를 유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커녕 디플레이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돈이 시장으로 가서 유통되지 않고 초과 발행한 화폐를 재정으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린 통화량을 코로나 방역 비용으로 사용했거나 지방 정부의 부채를 갚는 데 썼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국유 부분에서 자금을 독점하다 보니 실물 경제가 좋아질 리 없는 구조다.

중국은 최근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상태다. 지방 정부의 재정수입이 크게 줄어든 게 이를 증명한다.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연초 두 달 만에 재정 수치를 공개한 이유다.

2월 말까지 재정 수지를 보면 공공 예산 수입은 4조 5642억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어든 상태다. 이 가운데 내국소비세 세수는 3568억 위안이다. 1년 전에 비해 감소 폭이 18.4%다. 지갑을 닫은 채 소비를 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소득이 줄어 개인소득세 세수도 3881억 위안으로 4%나 감소했고 수입화물에 대한 부가세 수입과 소비세 수입도 2933억 위안으로 감소율이 21.6%다. 관세 수입도 401억 위안으로 27%나 뚝 떨어진 상태다. 수출입이 지난해 초보다 20%에서 30% 정도 부진하다는 소리다.

자동차 판매도 두 달 사이 1/3로 줄어드는 바람에 차량 판매세 수입은 397억 위안으로 32.8%나 줄었다. 지방 정부에서 자동차 가격 인하를 통해 판매를 촉진하는 정책을 쓰는 이유다.

같은 기간 인지세 수입도 31.3%나 줄어든 781억 위안이다. 이중 증권거래 인지세 수입은 282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1.7%나 줄었다. 증권거래 규모가 61.7% 쪼그라들었다는 뜻이자 자본시장이 60%의 생명력을 잃었다는 의미다.

토지 거래도 뚝 떨어진 상태다. 부동산 거래세 세수도 875억으로 4%나 줄었고 국유토지사용세(–29%) 도시토지사용세(-7.4%)도 마찬가지다.

경제 수치만 보면 좋은 게 하나도 없다. 특히 지방재정은 붕괴 직전이다. 좋은 것만 보도해온 중국의 관행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1-2월 리커창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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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 정부 유상채무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조618억 위안이다. 이 중 40%는 6년 내 만기 도래분이다. 나머지도 4년 더 지나면 갚아야 하는 채무다.

중국 유상채무는 3종류다. 지방재정으로 이자를 갚아야 하는 채무와 토지사용권을 판 돈으로 이자를 갚는 채무와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충당하는 돌려막기 채무로 나뉜다.

중국 재정부에서 1월 30일에 발표한 지방 정부 채무 현황을 보면 2022년 지방 정부 채권 상환액은 2조 7758억 위안이다. 이 중 지방재정으로 상환하는 게 14%다. 나머지 86%는 이른바 돌려막기 채무다.

지난해 지방 정부에서 발행한 채권은 4조7566억 위안 규모다. 이중 절반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발행한 것이다.

수년간 땅을 팔아서 살림을 꾸려온 지방 정부 재정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신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처지다. 채권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거나 상환을 늦춰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문제는 지방 정부 채무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기구를 통한 음성 채무다.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은 명의상 기업으로 돼 있다. 지방 정부 세수를 담보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방 정부의 재정국 재정 예산을 담보로 운영된다. 최종적으로는 지방 정부의 땅을 팔아서 갚아주어야 하는 구조다.

중앙정부도 지방부채를 못 갚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경제가 호조를 보일 때와 달라진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경제에 잠재적인 시스템 위기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재정 금융위기를 엄폐하기로 한다. 사용한 엄폐방식은 일종의 사기술이다. 다시 말해 지방 정부 융자플랫폼의 부채를 지방 정부 채무에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음성 채무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에 ‘안성맞춤’격이다.

원래는 지방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은 미국 국채와 같다. 지방 정부의 세수와 이자 지급을 담보로 발행하기 때문이다.

중국 음성 채무 총액은 2020년 기준으로 53조 위안이다. 계속 돌려막기 중이다. 공식 지방채무 35조 위안과 합치면 88조 위안이다. 지방 정부 재정 능력의 260%정도다. 이미 상환능력을 넘어선 모양새다.

지방채는 국채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 조달할 수도 없다. 국내 가계와 기업이 축적한 자본으로 충당해야 한다. 날로 커지는 경제 규모와는 달리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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