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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성일 "'더 글로리', 잘될 거란 확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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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더 글로리 정성일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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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극 중 인물에 대한 생각을 묻자 배우 정성일은 매 차례 '정성일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대답을 먼저 내놓는다. 단순히 연기 덕분에 인물과 싱크로율이 높은 것이 아니다. 정성일은 작품에 들어가 그 캐릭터를 온전히 입는다.

정성일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 공개 이후 이달 10일 파트2 공개까지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에 대해 정성일은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줄 몰랐다"며 "'더 글로리'가 잘될 거란 확신은 있었는데 저한테까지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질 줄은 생각을 못했다. 과분하게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일은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 5인방 중 우두머리 격인 박연진(임지연)의 남편 하도영을 연기했다. 아내의 과거를 미처 알지 못했던 그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작품 참여 과정에 대해 정성일은 "'더 글로리'를 찍기 1년 전쯤 어렴풋이 사무실을 통해서 이야기가 있었다. '김은숙 작가님 작품에 출연하게 될 것 같다'까지만 이야기를 듣고, 무슨 역할인지 전혀 몰랐다"며 "1년 정도 지난 뒤 대본이 나오고 첫 리딩 현장에 갔다. 근데 리딩을 하고 나서 뭔가 잘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매니저한테도 '나 이거 잘릴 수 있으니 기대하지 말자'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뭐라고 작가님이 저를 찾으셨는지 사실 이해가 잘 안 됐다. 나중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작가님이 '비밀의 숲' 제 모습을 보고 쓰신 거라고 해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대본 리딩 후 정성일의 우려와 달리 다행히(?) 그는 살아남았다. 정성일은 "제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연진이에 대해 과할 정도로 애정을 표현했던 하도영을 떠올렸다"며 "근데 작가님은 조금 더 차분하고, 정적으로 표현해 주면 될 것 같다고 해주셔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박연진의 친구이자 가해자인 최혜정(차주영)은 단번에 하도영을 '나이스한 개XX'로 정의한다. 누가 봐도 멋있고, 완벽하고, 다 가진 사람이지만 어딘가 삐뚤어져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단어다.

이에 대해 정성일은 "'나이스한 멍뭉이'라는 워딩 자체가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돌고 돌아 헤매다가 결국 답은 작가님이 쓴 대본에 있었다. 기사에게 와인을 주는 장면이 가장 명확하게 이 인물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정성일은 "하도영은 사람을 하대하는 게 몸에 밴 인물이다. 사람을 무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살아온 과정에서 배우고, 남 위에서 지시하는 게 몸에 배였다. 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나이스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사람을 무시하는 '개XX'로 볼 수 도 있다. 그 밸런스를 맞춘 가장 명확했던 게 와인장면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트1에선 '나이스'하면서도 '개XX'같은 양면적인 면모가 드러난 하도영이었다면, 파트2에선 그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뒤 전재준(박성훈)을 가장 끔찍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정성일은 "걱정이 됐다. 파트2에서 하도영이 나올 때 많은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잘 모르겠더라. 이유가 어떻든 명확하게 살인자가 아니냐"며 "그래서 그런 살인을 저지른 하도영에게 어떤 서사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파트2에서 작가님이 하도영이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하셨었다. 하도영 인생에서 누군가를 죽인다는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만큼이나 나락으로 떨어진 게 있을까"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탄탄대로를 살아오던 하도영에게 있어 아내 박연진의 행위들은 걸림돌이 됐다. 그럼에도 하도영은 몇 번이나 박연진에게 기회를 줬으나, 결국 그는 뉘우치지 않았다. 하도영은 때론 분노하고, 때론 충격에 빠지고, 때론 체념하지만 겉으로 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하도영에 대해 정성일은 "대사가 중요하진 않았던 것 같다. 말로 표현하는 것들은 1차원적이라 말이 끝나면 없어진다"며 "어떻게 내 정서를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질 수 있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나중에 카메라를 보니 생각보다 얼굴을 많이 썼더라. 제가 생각한 하도영은 많이 표현하지 않는 것이 맞는 인물이었다. 그런 것이 드러나지 않다가 한 번에 터져야 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을 향한 미묘한 감정도 표현해야 했다. 박연진을 향한 것이 온전한 사랑이었다면, 문동은을 향한 감정은 호기심과 사랑, 그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정성일은 문동은을 향한 하도영의 감정을 묻자 "대본에 나와있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기다려졌다가, 이기고 싶었는데, 허둥거려지고'…개인적으로 생각해 봤다. 정성일이 느꼈다면 뭘까.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정서일 기준에서 그건 사랑이었다"고 정의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 정성일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덕분에 그가 사랑하는 무대를 찾는 관객들도 많아졌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던 정성일은 "30대 초반엔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거만해졌었다.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 그러다 보니 함부로 자만하고, 건방지면 절대 앞으로 내가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늘 배우려고 한다. 제가 연예인병, 스타병에 걸릴 나이는 아니"라며 "제가 살아가는 마음이나 그런 것들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적으로 변화는 좀 많지만 제가 이 나이에 뭘 하겠냐"고 웃음을 보였다.

아울러 정성일은 "제가 일하는 것들에 있어서 더 많은 영역에 선택권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제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이 많아진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부담감은 없다. 제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냥 제 할 일을 하고, 제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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