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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선 세게 넘는 푸틴 “핵무기 배치하겠다”…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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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무기 30여년만에 국외로
폴란드 등 나토 회원국 인접
美 “러 핵사용 징후 아직 없어”
우크라 영토탈환 저지 목적 분석


매일경제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극동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 위치한 헬리콥터 제조공장을 방문해 헬기 시뮬레이터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2023.03.15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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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국정연설이후 한달여만에 다시 직접 핵위협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가 자국 바깥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30여년 만이 된다. 러시아가 핵 태세에 실질적 변화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서방을 향한 푸틴 대통령의 핵위협이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통제권을 넘기는 건 아니라면서도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항공기 10대와 미사일 시스템 ‘이스칸데르’를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언론에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으로부터 장기간 핵 배치 요청이 있었”며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며라며 핵확산 방지조약(NPT)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자국내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 지원해 온 나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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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미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지난 1년간 전술핵 배치와 관련해 협의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전략 핵 태세를 조정해야할 어떤 이유도,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이 나토의 집단 방위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술 핵무기는 지역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는 전략 핵무기와 달리 특정 거점 타격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핵무기를 말한다. 러시아가 전술핵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러시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국외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적이 없다.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소련의 핵무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4개국에 각각 배치됐는데, 이듬해 각국이 러시아로 옮기는 데에 동의하면서 1996년 이전이 완료됐다.

이와 관련, 빈 군축·비확산센터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겨왔던 점에서 매우 큰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다시 핵카드로 엄포를 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과학자연맹 핵정보 프로젝트 책임자 한스 크리스텐센은 “러시아는 국내에 핵관련 무기와 부대가 많아 벨로루시 배치에 따른 군사적 효용은 없다” 며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공작” 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바하무트에서 러시아가 크게 고전 중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산 최신 전차를 앞세워 대규모 영토탈환 작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자, 이를 저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개월 간 최대 격전지였던 바하무트는 러시아의 공세가 현저히 약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국방부는 “바흐무트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크게 잦아들었다”며 “러시아군이 극단적 소모전을 펼쳐온 결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1일 국정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주석과의 정상회담때는 영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용 열화우라늄탄 제공에 대해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열화우라늄탄과 관련해 “러시아도 이에 대응할 것이 있다”며 “과장하지 않고 그런 포탄 수십만 발이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위협했다. 아울러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분쟁 장기화 시도로 규정하고 이 같은 지원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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