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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써보니]남북통일보단 빨랐던 '애플페이'…지갑 통일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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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부터 백화점까지…44만원어치 애플페이 사용기

인터넷 연결 없이 편리한 사용 강점, 부족한 가맹점은 단점

뉴스1

현대백화점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이뤄지는 모습. 2023.3.2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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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44만150원. '애플페이' 출시 후 아이폰과 애플워치로 결제한 금액이다. 편의점부터 백화점, 삼각김밥부터 블루종 재킷까지 다양한 층위의 상품들이 애플페이를 '띠링'하고 경유했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애플 이용자에게 지갑 없는 삶은 아직이다. 교통카드부터 가맹점 확대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한가득이다. 곳곳에서 서비스 오류도 속출했다. 애플과 현대카드가 가맹점으로 발표한 매장에서도 애플페이 지원이 되지 않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카드 등록부터 첫 사용까지…곳곳서 "여기는 애플페이 안 돼요"

애플페이 출시 첫날인 21일 오전 10시쯤 애플페이를 등록한 국내 이용자 수는 17만명이다. 하루 만에 카드 등록 건수는 100만 건을 넘겼다.

당일 지갑 앱에 들어간 뒤 우측 상단의 '+' 버튼을 누르고 '체크 카드 또는 신용 카드'를 선택한 뒤 현대카드 앱을 통해 각종 '동의'를 거친 후 등록이 완료됐다. 현대카드 측의 '애플페이 사용 가능 안내' 문자를 받으면 완전히 서비스 활성화가 된 상태다. 애플워치는 별도의 애플페이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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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는 아직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2023.3.2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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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용 시도는 애플페이 기자간담회 직후 기사 마감을 위해 들린 한국인의 공유 오피스 스타벅스였다. 출시 전부터 가맹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만큼 결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누구나 가슴에 한 장쯤 있는 카톡 스벅 쿠폰을 이용해 지갑 없는 삶을 실현했다.

두 번째 시도는 가맹점으로 등록된 카페 할리스였다.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지만, 애플페이는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처럼 응답이 없었다. 카드 인식 단계에서 약 26초를 기다렸지만, 결제 완료를 알리는 '띠링' 알림음을 '시간 초과' 메시지가 대신했다.

매대의 직원은 "저희는 애플페이를 사용 안 하고 있다. 지금은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사용처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며 할리스 로고를 박아뒀다. 해당 매장은 할리스 직영점이었다.

3차 시도는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였다. 키오스크 결제 단계에서 카드 결제를 선택한 뒤 옆으로 눕혀진 와이파이 신호 모양이 그려진 '근거리 무선 통신'(NFC) 리더기에 아이폰 상단을 들이대니 곧바로 결제가 이뤄졌다. 일반 카드 투입구에 대면 인식이 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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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는 카드 투입구가 아닌 NFC 리더기에 갖다 대야 한다. 2023.3.2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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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연결 끊겨도 사용 가능, 아직 지갑은 들고 다녀야

이후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애플워치'를 통해 메로나와 삼각김밥을 사 먹을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에서 블루종 재킷과 디퓨저도 구매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도 사 먹었다. 지갑도 가벼워졌지만, 통장도 가벼워졌다.

애플페이 사용법은 간단하다. 측면 버튼을 두 번 누르면 '페이스ID'(얼굴인식)이 작동한 후 애플페이가 바로 실행돼 결제 대기 상태가 된다. 애플워치도 마찬가지로 용두 아래 측면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작동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빠른 결제 속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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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로 산 제품들. 집에 올 때 필수품 메로나. 2023.3.2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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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인터넷이 끊긴 상태에서도 결제가 원활히 이뤄진다. 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토큰 값을 기기 내부의 보안칩에 저장하는 덕이다. 셀룰러 모델이 아닌 GPS 모델 애플워치에서도 아이폰 없이 단독 결제가 가능하다. '삼성페이'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처럼 애플페이는 NFC를 활용한 EMV(Europay-MasterCard-Visa) 비접촉 결제 방식을 지원하는 첫 서비스로, 기존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방식 중심의 국내 결제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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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는 인터넷 연결 없이 애플워치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3.3.2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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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초기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출시 이튿날까지 애플페이 서비스 등록 및 결제 지연 문제가 속출했으며, 예상됐던 NFC 결제 단말 부족뿐만 아니라 가맹점에서도 애플페이 지원이 아쉬웠다. 점원들의 애플페이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내에서는 삼성페이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애플페이만의 차별점과 전략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10% 미만의 NFC 단말기 한계는 분명하다.

애플페이는 국내 이용자들의 숙원이었다. 매달 반복되는 루머에 지친 이용자들은 남북통일이 더 빠르겠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말처럼 애플페이 출시가 "남북통일보단 빨랐다"지만 아직은 산적한 과제가 많아 보인다.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글로벌 표준화 계기가 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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