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한국야구, 보고 있나..역전명승부 프로 첫경기[그해 오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82년 3월27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첫경기

삼성라이온즈에 지던 MBC청룡, 연장 역전홈런으로 승리

국민스포츠 자리잡았지만 WBC 무기력 모습에 실망한 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82년 3월27일 동대문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MBC 청룡(현 LG트윈스)과 삼성 라이온즈 간에 야구 경기. 7대 7로 맞선 가운데 10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MBC 청룡의 이종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볼 두 개를 골라낸 이 선수는 투수의 3구째 공을 때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결승 만루홈런이었다. 이렇게 한국프로야구 개막전은 MBC 청룡의 11대 7 역전승으로 기록됐다.

이데일리

1982년 3월27일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이종도(오른쪽 두 번째) 선수.(사진=KBO)


한국프로야구는 1976년 한국프로야구준비위원회가 결성하면서 창립의 계기를 맞았다. 아마 야구계의 반대와 정부의 미지근한 반응에 부딪혀 추진은 흐지부지됐다. 그러다가 1981년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급물살을 탄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릴 대상이 필요했던 신군부는 프로야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문화방송이 창사 20주년을 맞아 프로야구팀을 창설하기로 하고 힘을 보탰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참여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원년 멤버는 서울 MBC 청룡과 대구 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해 대전 OB 베어스, 인천 삼미 슈퍼스타즈, 광주 해태 타이거즈, 부산 롯데 자이언츠 등 6개 구단이다.

역사적인 첫 경기는 명승부였다. 홈팀 MBC 청룡이 4대 7로 끌려가다가 7회 말 터진 유승안의 3점 홈런으로 7대 7 동점이 됐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에 돌입했고, 앞서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MBC 청룡이 첫 승리를 따낸 것이다.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OB 베어스 차지였다. 6차전 9회 초 2사 만루, OB 베어스가 4대 3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한 점차 리드하는 상황에서 OB의 5번 타자 김유동 선수가 타석에 섰다. 초구를 걷어올려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이때 만루홈런을 맞은 삼성의 투수는 첫 경기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얻어맞은 삼성의 투수와 동일인(이선희)이었다. 9회 말 삼성이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은 4승 1무 1패로 OB에 돌아갔다.

화려한 원년을 보낸 프로야구는 국민적인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첫해 관중 143만명을 기록하고 이듬해 225만명을 돌파했다. 관중 300만 시대(1990년 318만명), 400만 시대(1993년 443만명), 500만 시대(1995년 540만명)를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프로야구는 위기를 맞는다. IMF 사태(1997년)와 양대리그 도입 실패(1999년), 한일 월드컵(2002년), 스타선수의 이적(대표적으로 이승엽의 2004년 일본 진출), 인기팀(엘롯기) 성적 부진 등 영향이 누적된 결과였다. 프로야구는 2004년 관중 233만명을 기록해 출범 이듬해(225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프로야구 구단이 8개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외려 과거보다 관중은 감소한 것이었다.

프로야구는 2010년을 전후로 재부흥의 전기를 맞았다. 국제대회 금메달(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인기팀 우승(2009년 기아), 스타의 관중몰이(이승엽과 박찬호가 2012년 국내 복귀)가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 관중 600만 시대(2011년 680만명)에서 700만 시대(2012년 715만명)로 가기까지 1년이면 충분했다. 2016년 드디어 관중 800만 시대(833만명)를 열었다.

이데일리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4대13 패배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세 900만 시대를 열 듯했던 프로야구는 외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승부조작, 심판 매수, 팬 서비스 불량, 음주·약물 파동 등은 프로야구가 자초한 일이다.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치른 지난 시즌 관중은 607만명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경기력 저하를 꼽는 시선은 뼈아프다. 2020 도쿄 올림픽 예선 탈락(2021년)과 올해 WBC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에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