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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도 자체가 빈틈투성이…앱 사용 편리한 게 무슨 소용?[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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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심전세앱’으로 전셋집 구하기

경향신문

전세계약 전 체크리스트 4개 중 하나라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앱은 기자에게 ‘전세 깜깜이’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어떤 세입자도 ‘전세 깜깜이’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HUG 안심전세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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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없이도 전세가율·등기사항·인근 주택 실거래가 확인은 ‘긍정적’
세금체납 등 임대인 ‘선의’에 의존…임차인 권리 보호법 국회 계류 중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도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전세사기를 피할 수는 있는 건지, 안전한 주택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부는 이런 세입자들을 위해 지난 2월 ‘안심전세앱’을 출시했다.

오는 6월 전세계약 만기를 앞둔 기자는 최근 한 달간 안심전세앱을 사용해 전셋집을 구해봤다. 해당 주택 전세가율, 등기사항증명서, 인근 주택 실거래 체결 내역 등을 정부가 공인하는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임대인에게 기울어진 현재의 전세제도하에서, 앱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안심전세앱은 계약 전·계약 시·계약 후 주의사항을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제공한다.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계약 전 주택 상태, 전세가율, 선순위 권리관계, 임대인 세금체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 세입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주택 상태’뿐이다. 이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누가 얼마를 돌려받게 되는지, 즉 ‘선순위 권리관계’는 제한적으로만 확인 가능했다.

기자에게 매물을 보여준 중개사들은 대부분 “등기부상 근저당이 없거나 적은 매물”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등기부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진 빚만 보여줄 뿐이다.

‘다가구·다중주택’의 경우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그 집에 살고 있던 임차인들끼리 보증금을 나눠 가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현황과 확정일자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집주인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계약 전 중개사가 선순위 확정일자 제출을 요구해도 임대인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차인에게는 임대인이 고지 거부했음을 알리고, 층별 보증금이 얼마인지 계약서에 명시하는 정도가 현실적으로 최선”이라고 말했다. 임대인 세금체납 여부도 현재는 중개사를 통해 지방세·국세 납세증명서를 요구해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계약 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선순위 임차인 정보와 임대인 체납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아직은 국회 통과 전이다.

“어라 완전 빈틈투성이! 이러다 코 베입니다. 공부가 필요해요!” 체크리스트 4개 중 하나라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앱은 기자에게 ‘전세 깜깜이’ 판정을 내렸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현재는 누구도 ‘전세 깜깜이’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빈틈투성이는 세입자가 아닌 제도”라고 했다.

안심전세앱 ‘시세조회 및 위험성 진단’ 기능은 빌라의 전세가와 매매가를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를 대폭 개선했다. 하지만 앱이 알려준 시세 정보는 참고용으로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이후 전세대출 기준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발급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빌라·오피스텔 전세 가격이 급등한 상태기 때문이다.

HUG는 ‘2.0 버전’이 출시되는 7월부터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비수도권 시세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건축물대장상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다중주택은 이후로도 시세 조회가 불가능하다. HUG 관계자는 “앱에서 제공되는 시세는 한국부동산원에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산정되는데, 시세 정보의 정확성도 점차 개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수 위원장은 “‘시작이 반’이니 10점 만점에 5점은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차인이 안심전세앱으로 임대인의 정보를 확인하고 계약을 한다 해도 임대인이 바뀌면 끝”이라며 “전세사기를 당하신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5점도 후한 점수”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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