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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러,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결정…푸틴 “미국과 똑같이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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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해체 후 처음 ‘자국 영토 밖으로’…내달 관련 훈련 시작

미·나토 동맹국 사례 거론하며 “통제권 넘기는 ‘이전’ 아니다”

국제사회 “매우 큰 변화” 백악관 “핵 사용 징후 아직 안 보여”

경향신문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90년대 옛 소련 해체 이후 약 30여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TV 러시아24에 출연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전술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며 “핵무기 비확산 합의를 어기지 않으면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배치하는 것”이라며 핵무기 통제권을 벨라루스에 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혀 특별할 것은 없다. 미국은 수십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이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다수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10대의 항공기를 이미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4월3일부터 전술핵 배치와 관련한 훈련을 시작하고 7월1일까지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을 향해 핵 위협을 가한 적은 있지만, 다른 국가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의 배경으로 최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기로 한 점을 거론했다. 서방이 핵을 포함한 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며 “상응 조치”를 언급했던 그는 이날도 “러시아도 이에 대응할 것이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과장하지 않고 그런 포탄 수십만발이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는 러시아가 전술 항공기로 운반할 수 있는 폭탄과 단거리 미사일용 탄두, 포탄 등 약 2000기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 같은 발표에 현재까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가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이유나 러시아가 핵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지 못했다”며 “나토 동맹의 집단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인접국에 핵무기를 새로 배치한 것은 옛 소련 붕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은 옛 소련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지만, 이듬해 각국이 핵무기의 러시아 이전에 동의하면서 1996년 핵 이전이 완료됐다.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이것은 매우 중대한 움직임”이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겨왔던 것에서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자국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전쟁에서 벨라루스의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 벨라루스에는 병력이 충분치 않으며 러시아의 압력에도 벨라루스 정부가 참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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