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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열차·바다·지하에서도 쏜다…북, 더 위력적인 ‘핵 반격’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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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ㅣ다양해진 미사일 실험

한겨레

북한은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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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23일 실시된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를 겨냥한 북한의 무력시위가 다양해지고, 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지난해 말 한-미, 한·미·일 훈련 때 단·중·장거리 등 각종 미사일 발사에 치중했던 북한은 최근 여러 종류의 비대칭 전력을 동원한 군사행동을 벌이며 위력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자유의 방패 훈련 시작을 기점으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16일) △순항미사일(22일) △핵 무인 수중공격정(21~23일) 실험 등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은 물론 순항미사일과 자폭형 무인잠수정에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한·미의 탐지·타격·요격을 피해 미사일을 쏘는 발사 수단(플랫폼)을 다양화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 주로 사용하던 차량 형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뿐 아니라, 열차, 바닷속 잠수함, 저수지, 골프장 호수 근처, 야산 지하 격납고에서 미사일 발사가 가능함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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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 북한의 행태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동·서해 포격, 단거리 미사일 발사, 대규모 공군훈련,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미사일 발사 등으로 맞섰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무력시위는 당시보다 훨씬 위력적이고 다양하다.

특히 북한은 지난 18~19일 ‘핵반격가상종합훈련’을 통해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전술탄도미사일(KN-23·이스칸데르)을 발사했고 핵폭발조종장치와 기폭장치 동작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21~23일에는 핵 무인 수중공격정의 수중폭발 실험을 발표하는 등 핵전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이로써 반격능력 강화를 통한 전쟁 억제력 확보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강조하는 ‘핵반격’은 20세기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로 대결하던 냉전시대 핵 억제 전략인 제2격(second strike) 논리에 기반한다. 상대가 1차 공격에서 궤멸되지 않은 채 2차 핵공격이 가능하다면, 나도 같이 파멸(상호확증파괴)하기 때문에 어느 쪽도 선제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북한은 ‘2차 공격’ 능력 확보에 매달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개발하고 있다. 바닷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과 핵 무인 수중공격정은 2차 공격 전력이다. 선제 핵공격을 받더라도 바닷속 잠수함 등은 살아남아 에스엘비엠 등을 발사해 상대방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20일 <노동신문> 보도에서 ‘핵반격가상종합훈련’을 지도하면서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만을 가지고서는 전쟁을 실제적으로 억제할 수가 없다”며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공격태세를 완비할 때에라야 전쟁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미사일을 지하 미사일 격납고(사일로)에 배치하고, 유사시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차량, 기차, 저수지 등에 분산 배치해 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은 북한이 2021년부터 개발해온 전략순항미사일을 잠수함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량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에서 쏘던 미사일을 해상에서도 활용하면 무기를 새로 개발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제2격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초대형 방사포, 순항미사일, 무인수중공격정까지 핵기폭장치를 결합해 실제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우려가 크다”며 “북한이 핵공격수단을 다양화한다면 그만큼 양적 증가도 필요하니 핵물질 증가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 핵탄두 소형화 기술과 전술유도무기 탑재 가능성에 대해 “관련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됐을 것으로 평가하지만 전술유도무기 체계들에 탑재 가능하다고는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아직 핵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 등에 탑재하고 실전 배치한 상태는 아니란 것이다.

한편, 지난 23일 자유의 방패 연습을 끝낸 한·미는 다음달 초까지 훈련을 이어간다. 한·미의 해군·해병대는 지난 20일 시작한 사단급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다음달 3일까지 계속한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괴뢰 호전광들이 미제와의 광란적인 합동군사연습으로 조선반도 정세를 위기 일발의 전쟁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며 “마주한 상대가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고 감히 총부리를 내대고 있으니 사태가 더욱 파국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성격의 매체인 <메아리>도 “호전광들의 광기 어린 책동으로 하여 조선반도에서 전쟁발발의 도화선은 시시각각으로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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