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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IRA·칩스법 등 美 정책, 한국기업에 부정적 효과" [한미재무학회, 글로벌 석학과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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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發 경제불안 진단
유하니 리나인마 美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
대담=박성규 美 윌래밋대 경영대학원 교수
연준 추가 인상 없이도 금리상승 나타날 우려
은행사태 시작이 경기둔화·불황 가능성 더 높여줘
美경제 활성화 위한 정책 외국기업에 불리하게 작용
상쇄 위한 법안 필요하나 보조금은 매력적이지 않아
금융권 기업 간 경쟁 심화로 수수료 인하 불러와


파이낸셜뉴스

유하니 리나인마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박성규 교수는 고려대에서 경영학사·경제학 석사를,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홍콩이공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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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하니 리나인마는 현재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행동재무학, 투자론, 가계금융의 전문가로 저명한 학술지에 여러 영향력 있는 논문을 출판했다. 재무학 최고의 학회지인 'Journal of Finance'와 'Review of Financial Studies' 부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Review of Financial Studies' 편집장을 맡고 있다. 헬싱키 경제대(현 알토 경영대학교)에서 경제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UCLA에서 재무학 박사를 취득했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과 USC 경영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지고 있다. 위기설이 나돌던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인수됐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의 금융불안이 유로존의 '하향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은행 예금 모두를 보호하는 방안은 강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유하니 리나인마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은행 사태가 경기불황 가능성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등 미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은 결국 다른 국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했다. 다음은 주요 이슈에 대한 질의응답.

―미국은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직면해 있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문제는 최근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유럽의 CS 위기로 더 복잡해졌다. 이 같은 사태 이전에는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이것이 높은 실업률과 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은행 파산 이후에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없어도 재정긴축 상태는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대출을 더 조심스럽게 진행, 유동성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추가 금리인상 없이도 금리상승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은행 사태의 시작이 경기둔화 또는 불황의 가능성을 더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몇 주 안에 진정되면 더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의 금리폭이 연준의 금리인상률을 밑돌면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커졌다.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문제에 대한 연장선으로 은행 위기가 이 구도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최근 고금리 국가와 저금리 국가의 금리 차이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것이 새로운 표준으로 지속된다면 연준의 금리상승으로 인한 한국과 미국 간의 큰 금리격차의 영향과 이전에 예상됐던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일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한국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금리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는 제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와 가계부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러한 정부기관의 시장개입이 효율적인가.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저금리로 인해 틀림없이 혜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가격 불안정성과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금리 상태에서 부담을 느끼고 상황이 좋지 않아야 하는 기업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경우 잘못된 자본분배로 비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술 섹터에서는 고금리가 경제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2022년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에 반대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불능에 빠지지 않으면서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경제에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격안정과 장기적으로는 더 견고한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 등 미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변화가 없는 한 국내(미국) 기업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들은 국내외 기업들이 함께 경쟁을 펼치는 곳에서는 외국(한국)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외국 기업이 국내 공급망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국내 기업의 성장으로 인해 혜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경쟁 범위가 얼마인지와 외국 기업보다 국내 기업의 제품을 얼마나 더 저렴하게 해주는지에 달려있다.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별로 다를 것으로 보지만 변화가 없는 한 전체적인 효과는 부정적일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나의 방법은 미국의 정책효과를 그대로 상쇄시킬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정부가 일부 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함을 의미해 매력적이지 않다.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 최대화를 위하거나 가격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보조금은 정부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금융기관들의 실적은 어땠으며 어떠한 식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최근 금융기관들의 성과는 이전보다 더 다양하게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몇몇은 매우 큰 성과를 보인 데 반해 다른 기업들은 전례 없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의 경우에 시타델은 2022년 역대 최고의 해를 보낸 데 비해 2021년과 2022년의 개인투자자 참여도 변화와 밈 주식 광풍으로 인해 멜빈캐피털은 2022년 6월 문을 닫아야만 했다. 장기적인 추세는 코로나 사태에도 지속됐다. 기업 간 경쟁 심화는 수수료 인하를 불러왔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투자자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독특한 시매틱(테마, 주제) ETF를 더 많이 생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더 독특할수록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BUZ, SLIM, MILN, GAMR과 같은 ETF들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서구권 금융시장에 비해 주식과 파생상품 등의 금융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많다.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많이 있다. 몇몇 연구들은 높은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는 시장가격 변동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참여와 시장가격의 효율성, 그리고 위험-이익의 관계에 대한 효과는 불명확하다. 먼저 우리는 왜 한국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비교적 많은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옵션 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 참여가 중대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0DTE(계약 만료일) 옵션에 대한 거래량 증가에 대한 분석이 많다. 0DTE옵션은 일반적인 리스크가 있는 날, 가령 이미 알려진 미국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 자료 발표일 등 기관투자자들이 포지션을 헤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예상되는 리스크가 있는 날이 아닌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거래가 주를 이루며, 이는 예상치 못한 변동성을 더 크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인공지능(AI)은 로보어드바이징이나 AI ETF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계나 산업계 모두 개인투자자의 능동적 투자는 마이너스 합 게임으로 본다. 투자 성과의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투자자들은 낮은 수수료의 인덱스 펀드들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 로보어드바이저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거래횟수를 줄이고 저비용의 투자처로 이동하게 할 수 있다면 이익이 될 것이다.

―AI가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많은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이 어떠한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서 실제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들이 이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면 투자자들의 시장참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변화로 여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자본 제공자들의 경쟁을 일으켜 기업들의 자본비용을 낮추고 경제에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다만 같은 이유로 투자수익률이 낮아져서 금융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사회책임투자(CSR)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술적인 관점으로 CSR 투자는 회사들이 정책 변경을 하게끔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비제한적인 투자를 하는 (CSR에 얽매이지 않는) 투자자들에 비해 장기적인 예상 투자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본다. 이 두 가지 효과는 공존할 것이다. 만약에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특정 정책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하면 주식 가격은 낮아질 것이며, 이에 투자하는 비제한적인 투자자들이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므로 이러한 기업은 더 높은 예상 수익률을 가져다줘야 한다. 지난 10년간 ESG 투자는 초과 수익을 달성했는데, 투자자들의 자원분배의 변화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이 몰려서 주식 가격이 올라갔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러한 이유라면 장기적인 수익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투자가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함인지 또는 변화를 만들기 위함인지를 말이다. 아니면 이 두 가지 모두 사회적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수익률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이유로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이 인구통계학적으로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미 사회보장제도(소셜시큐리티) 또한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쉬운 방법은 없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납입금을 늘리든가 미래에 받을 혜택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과거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려운 선택인데, 쉬운 해결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정리=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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