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한동훈 탄핵" "재판관 규탄"…여야, 이번엔 '헌재 결정문' 정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권한쟁의 심판 결정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정치 공방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검수완박 법안 무효확인 기각 결정에 맞춰 “민형배 복당”, “한동훈 탄핵” 주장까지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손을 든 헌법재판관들을 “양심을 판 정당 하수인”으로 지칭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중앙일보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헌재의 검수완박 권한쟁의 심판 결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원에 선임한 게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국회의 자율성과 정치적 형성권을 존중해 법안의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끝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낸 별도 심판 청구에 대해선 “청구인 적격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판관 5:4 의견으로 각하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헌재 결정 다음 날부터 곧장 ‘민형배 복당 여론’을 달궜다. 비록 헌재가 입법 과정의 위헌성은 지적했지만, 최종 기각 결정을 내린 만큼 민 의원의 복당 명분이 만들어졌다는 논리다.

중앙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퇴근하며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무효 청구 각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4일 라디오에서 “이제 복당을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꼼수라는 식으로 평가됐는데, 법안 통과를 위한 민 의원의 결단이었다고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오경 대변인 역시 26일 기자들 앞에서 “(민 의원 탈당은) 꼼수로 보지 않고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며 “(복당은)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사퇴론’도 꺼냈다. 헌재가 한 장관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는 이유에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서 “한 장관이 청구 자격이 없다는 기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헌재 판결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운하 의원도 같은 날 “일개 국무위원이 국회 입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거부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탄핵 추진이 검토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종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뻔뻔하게 한 장관 탄핵을 외치며 사사건건 헌법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유상범 수석대변인)고 반박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성토하는 동시에 검수완박 법안의 무효확인 청구에 기각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5명(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로 구성된 ‘유사정당 카르텔’이 내린 결정”이라며 “양심을 내팽개치고 정당 하수인 노릇을 한 당신들이 재판관 이름을 감히 참칭하는 것에 대해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기각 결정을 내린 5명을 꼬집은 것이다. 앞서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2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했던 이미선 재판관을 콕 집어 “법적 양심을 팔아가면서까지 민주당을 살려보겠다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표현했다.

학계에서는 이런 정치권의 공방에 대해 “선을 넘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민주당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데 눈을 감는 것과 동시에, 위헌 결정을 내린 4명의 재판관도 무시한다”고 꼬집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는 “애당초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한 결과, 헌재까지 정치에 끌어들인 게 아닌가”라며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 정치 양극화를 사법에 투영하는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선 반성론이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헌재의 뜻을 존중한다는 것은 유리한 결론만 취사선택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향한 지적도 수용하는 것”이라며 “민형배 의원 꼼수 탈당,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던 일, 국회 심의 표결권 침해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욱 의원도 “민주당은 삼권분립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헌재가 제기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오는 27일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서 이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할 예정이다. 회의엔 한동훈 장관도 참석한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