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금융위기 재발 조짐"… 경제전망 넘보는 구글AI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3년은 2008년과 몇 가지 유사점이 있어 앞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구글이 챗GPT 대항마로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드'가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내놓은 추론 기반 답변이다. 25일(현지시간) 구글이 미국과 영국에 거주하는 제한된 사용자를 상대로 공개한 바드를 테스트해본 결과 오픈AI의 챗GPT보다 분석과 추론 능력에서는 우수했지만 창조적 문장 생성에서는 뒤처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2023년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2008년과 비교해 답변하라"고 물었다. 이에 바드는 크게 세계 경제의 높은 부채 수준, 소득 불균형, 경제 성장 둔화를 근거로 들며 유사점이 있어 향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드는 "2008년 부채 총액이 200조달러에 달했는데 오늘날 280조달러로 커져 금융위기에 취약해졌다"며 "더욱이 성장률은 2021년 3.6%에서 2022년 2.9%로 둔화해 기업 투자와 소비 지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드는 출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부채 총계 기사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성장률 전망치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챗GPT가 2021년 이전 데이터만 학습해 최신 내용에 대한 분석이 어려운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산업 전망도 일부 가능하다. 2023년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별 판매량 순위를 전망해 달라고 하자 테슬라 150만대, 폭스바겐 120만대, BYD 100만대, GM 80만대, 도요타 70만대, 닛산 60만대, 현대자동차 50만대, 기아차 40만대라고 답변했다.

다만 바드는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연산 능력도 우수한 편이었다. 100만달러 주택을 10만달러를 먼저 납부한 뒤 5.09% 고정금리로 총 30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를 받는다면 매달 원리금을 얼마나 갚아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월 4816.79달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답인 4881.02달러의 근사치다.

오류 발생에 대비해 바드는 3가지 답변을 제시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답변 창 바로 밑에 구글 검색 버튼을 달아 미진한 부분을 곧바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창조적인 작업과 일정 관리에 있어서는 다소 미흡한 수준이었다. '가족 4명이 함께 서울을 일주일간 방문하는데 맛집을 포함해 관광지 일정을 짜 달라'고 입력했다. 바드는 날짜별로 방문할 장소명만 적어주는 데 반해, 챗GPT는 '경복궁을 방문해 근위병 교대식을 관람하라'는 등 보다 세부적인 안내를 제공했다.

또 유명 인사의 스타일로 연설문을 작성해 달라는 요청에도 챗GPT보다 단어 수와 어휘력이 빈약했다. 특히 바드는 한국어를 입력하면 답변을 하지 못했다.

엘리 콜린스 구글 리서치 부사장은 이러한 비판을 예상한 듯 "바드는 흥미로운 기술이지만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편향과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광범위한 정보로 학습했고,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고의로 창조성이 떨어진 AI를 선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드는 챗GPT에 비해 재미나 독창성, 대담함이 부족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종교나 정치 폭력 등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AI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바드는 빙 챗봇과 달리 모든 문장의 출처를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구글은 향후 긴 글에 대해선 링크가 포함된 출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바드를 일반에 서둘러 공개한 것은 검색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점유율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챗GPT를 탑재한 MS 빙 다운로드는 올 1월 1일~2월 4일 10만건에서 2월 5일~3월 11일 81만건으로 급등한 데 반해 구글은 같은 기간 298만건에서 291만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한편 오픈AI는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오픈AI는 "버그 문제로 인해 챗GPT 플러스 구독자 1.2%의 결제 정보가 의도치 않게 노출됐다"면서 "이름, 이메일, 주소, 신용카드 번호 마지막 4자리가 유출됐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