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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윤 대통령이 일본에 손을 내민 진짜 이유 [해장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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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3. 03. 2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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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밀어붙이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풀어보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본은 별 호응도 없고 우리만 아쉬운 것 같은 지금 상황은 무엇이냐는 겁니다.

여권 인사들이 그동안 내놓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갈 수록 커지면서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우리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사이라서 경색된 관계를 풀는게 우리에게 유리하다, 한국의 위상이 커졌으니 이제 대승적으로 일본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사에만 매달려서 미래를 외면할 거냐, 미국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등입니다. 여기에 더해 5년 단임 대통령으로서 재선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결단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집니다.

그런데 충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뭔가 다른 설명이, 다른 이유가 있을 듯 합니다. 여권 인사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취재에서 들었던 얘기들을 조각 조각 모아보면 추정되는 바는 있습니다.

우선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인사 등 각종 논란 속에 지지율이 크게 빠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서 흔히 나온 지적은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말고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대통령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권교체를 외치며 대선에는 승리했는데 그 다음엔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소리였습니다.

또 한가지는 작년 말부터 윤 대통령이 3대 개혁을 외쳤다는 점입니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이었습니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호응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노동 개혁에 대해서는 호평도 나왔고 지지율이 반등하는 계기가 됐지요. 국회가 못하는 일, 전임 대통령들이 엄두를 못냈던 일을 과감하게 추진한다는 평가였습니다. 여기에는 윤대통령이 갖고 있는 국회에 대한 불신, 전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해야하는 일인데, 이해 관계자와 여론의 눈치를 보느냐고 못했다는 인식이 있었을 겁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 배경에는 이 두가지, 즉 윤석열 정부가 해야할 일에 대한 설정과 국회·전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겹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자신의 할 일로 삼았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악화시킨 대일 관계를 회복함으로서 결이 다른 대통령임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또 정책은 법으로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원하는 법안 통과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야당은 막강하고 여당은 무기력합니다. 그런데 외교는 여소야대란 국회 상황과 무관합니다.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지요. 여론의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단임제 대통령이라는 상황이 이를 감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일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윤 대통령의 모습에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외교, 일본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꼽힌다는 점이 이걸 말해 줍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뽑았다고 말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오죠. 여권내 일부 인사들이 마치 일본을 두둔하는 듯 발언하는 것도 여론을 자극합니다.

역시나 관건은 일본의 후속 조치입니다.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별다른 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윤 정부가 기대하는 건 일본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사과, 강제징용 관련 일본 기업의 참여로 압축됩니다. 5월 이후로 예상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은 그래서 주목됩니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4월 일본 지방선거·보궐선거가 끝난 시점이라서 정치적 부담이 덜 할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를 설득해 원하는 것을 얼마나 뽑아낼 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는 여론은 호의적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일관계 개선이란 숙제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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