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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개딸’의 정당 민주주의 위협···이재명 ‘강력 대응’ 목소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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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5일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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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이재명 지키기’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 ‘악마화’로 표출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이들에게 보다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 의원은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회를 공지했던 앱카드에 게시된 제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 본래 원본 사진을 입, 눈 등을 교묘히 바꿔서 이상한 얼굴로 조작했다”며 “악마가 필요했나보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이 SNS에 공개한 집회 공지 이미지에서 이 의원 얼굴은 입과 눈매가 실제보다 날카롭게 변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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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자신의 사진을 조작했다면서 25일 본인의 SNS에 올린 사진(왼쪽)과 본래 사진. 이원욱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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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에 다음날인 25일 SNS에 글을 올려 이 의원 지역 사무실 앞 집회와 시위를 거론하며 “생각이 다르다고 욕설과 모욕,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다. 이재명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건 상식”이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특히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동이다. 저 역시 조작된 사실로 수많은 공격을 당해봤기에 그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지 저나 여러분 모두 잘 알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표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딸의 비명계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내부 공격 중단 메시지를 낸 것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2월27일) 이후 내홍이 격화되자 지난 4일과 15일 ‘원팀’을 강조하는 글을 썼다. 지난 1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강성 당원들을 향해 내부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의 잇따른 만류에도 불구하고 개딸의 ‘수박’ 색출과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일컫는 은어로, 주로 개딸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앞서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지난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영구제명 청원이 올라왔고 수만명이 동의했다.

개딸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존 팬덤정치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비전, 가치, 철학보다는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이 대표에게) 걸림돌이 될 것 같은 인물들에 대한 배척 현상이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유승찬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전 대통령 팬덤에 비해 (개딸은) 훨씬 공격적이고 부족화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이 대표의 영향력 밖에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 대표가 보다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말리는 척만 할 것이 아니라 결별까지 각오하고 분명하게 경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명계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SNS에 “정치 훌리건은 축구에서의 훌리건과 똑같다. 팀을 망치고 축구를 망치는 훌리건처럼, 정치 훌리건, 악성 팬덤은 정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박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의원을 향한 내부총질에만 집중하는 행위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서 “해당 행위, 당을 분열시키는 이들에 대해 이 대표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평론가는 “이 대표가 (개딸과의) 완전한 결별 선언을 해야 한다. 개딸들의 이런 비민주적인 행태에 대해서 아주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 차원에서도 극렬 팬덤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팬덤에 가담하는 당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규정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엄 소장은 이 대표가 개딸과 결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대표도 장외투쟁의 동력 등을 위해 강성 지지층을 어떤 형태, 조직으로든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 소극적으로 말리는 것”이라며 “죽느냐 사느냐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나만 무기(팬덤)를 해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울산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개딸이라는 표현이) 너무 많이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개딸이라 소개한 당원이 “요즘 또래 당원들에게 물어보면 개딸 악마화에 대해서 불만이 꽤 많아 보인다”고 하자 “개딸이 (드라마 응답하라) 1987에 나오던 정말 개구진, 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딸. 이런 의미로 썼던 단어”라면서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혐오 단어로 슬슬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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