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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전기차·수소탱크 … 특수강 신사업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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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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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하죠?"

이태성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지주 사장(45)은 되레 기자에게 소감을 물었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끝난 뒤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음악회의 마지막 곡은 베토벤 교항곡 9번 '합창'. 무대 위 코러스 합창이 주는 무게감에 이 사장은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이 사장 부친이자 세아그룹 2대 회장인 고 이운형 작고 10주기를 기념해 열렸다. 고인은 국립오페라단 초대 이사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별세 직전까지 13년간 국내 오페라 부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아그룹의 메세나(기업의 문화 후원) 활동은 고 이운형 회장이 개척했다. 이 회장의 메세나 정신은 아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이 사장은 오페라 후원뿐 아니라 탁구 진흥을 위해 올해부터 대한탁구협회 메인 스폰서로도 나섰다. 그는 "아버님은 늘 남들에게 '이제 당신만 오페라를 알면 모든 사람이 오페라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을 하셨다"며 "오페라나 탁구 모두 기업 후원 없이는 성장하기 힘든 예술·스포츠 분야"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고인 10주기를 회고하며 이 회장의 가장 큰 유산을 하나 꼽았다. 그건 바로 세아인에게 남긴 '자부심'이다. 그는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0년 당시 부친은 그룹명 세아의 의미를 '세상을 아름답게'로 재정의했다"며 "철강업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진 않아도 세상을 묵묵히 움직여 가는 산업이어서 이 분야야말로 조용히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철강업을 쌀에 비유했다. 평소엔 소중함을 잘 몰라도 전쟁이나 지진 등 위기가 닥치면 가장 필요한 게 쌀이듯 철강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위기 때 빛나고 세상을 이롭게 하니 철강업보다 매력적인 산업이 또 있을까 싶다"며 "이운형 회장이 철과 같은 마음, 즉 '심여철(心如鐵)'을 자주 언급하셨는데 나 역시 경영을 하면서 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88년 당시 창원강업(현 세아특수강), 2003년 기아특수강(현 세아베스틸지주)을 인수해 강관 위주였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특수강 분야로 넓혔다. 특수강은 최근 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사장은 "전기차와 수소산업, 우주항공 등 특수강 관련 수요 산업이 새롭게 태동하고 그 변화 주기나 속도도 빠르다"며 "특수강은 수요가 탄탄하면서도 풍력 터빈이나 전기차용 알루미늄 등으로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어 좀 더 능동적으로 시장 추세를 살피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아가 2001년 세아홀딩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강관과 특수강 두 분야로 사업을 재편한 건 주효한 전략이었다.

이 사장은 "강관과 특수강 사업의 경기 사이클이 달라 상호 간 다운(사업 하락)을 상쇄해준다"며 "고객에겐 폭넓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운형 회장이 작고한 뒤 그의 동생 이순형 회장이 지금껏 세아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세아는 이순형 회장 아래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지주를 이태성 사장이 이끌고, 세아제강지주는 이순형 회장 아들인 이주성 사장이 맡고 있다. 이태성·이주성 사장은 동갑내기 사촌이다. 과거 '형제 경영'이 지금은 '사촌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태성 사장은 "우리 회사 직원들이 가족에게 회사를 자랑스럽게 소개할 때 가장 큰 감동을 느낀다"며 "과거와 달리 가족 경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고 그에 대해 요구하는 기준도 높아진 만큼 성숙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아는 기아특수강을 비롯해 2015년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 2020년 알코닉코리아(현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세를 불려왔다. 지금도 유망 기술을 지닌 회사라면 언제든지 투자할 계획이 있다는 게 이 사장 지론이다. 지난해 11월 철강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세아홀딩스 아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세아기술투자'를 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해외 사업도 눈여겨본다. 중국과 베트남, 이탈리아 등에 공장을 두고 있는 세아는 최근 들어 세아창원특수강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개발 프로젝트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아람코와 합작법인을 세운 세아창원특수강은 최근 사우디 현지 최초 무계목(이음매가 없는) 강관 공장을 착공했다. 2900억원을 투입해 짓는 이 공장은 2025년부터 연간 2만t 규모 스테인리스 무계목 강관과 튜브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원전 제품 설계·운영 분야 선도 업체인 오라노티엔과 아시아 공급망 계약을 맺은 세아는 국내 최초로 미주 지역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공급에도 성공했다. 이 사장은 "특수강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분야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개발에 7년가량 소요됐다"고 강조했다.

이태성 사장 △1978년 8월 서울 출생 △2000년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언론학사 △2005년 중국 칭화대 MBA △2005년 포스코차이나 마케팅실 △2006년 세아재팬 △2009년 세아홀딩스 입사 △2011년 세아홀딩스 이사 △2013년 상무 △2015년 세아홀딩스 경영총괄 겸 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 경영기획부문장 전무 △2018년 부사장 △2022년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지주 대표이사 사장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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