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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만냥의 황금' 새만금에, 한·중 1조 배터리 투자…美IRA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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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 최대 전구체 기업 GEM 쉬카이화 회장이 지난 24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GEM코리아 새만금 투자 협약식에서 "새만금의 매혹적인 이름처럼 '만냥의 황금'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말하고 있다. [사진 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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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코리아,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장 짓는다



한·중 합작기업이 최근 전북 새만금에 1조원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새만금이 2차 전지 메카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메이드인 코리아' 마크를 달아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하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전북도에 따르면 GEM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이하 GEM코리아)는 지난 24일 군산시 라마다호텔에서 새만금개발청과 투자 협약(MOU)을 맺었다. 1조2100억원을 들여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33만㎡에 연간 10만t 전구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내용이다. 오는 6월 착공해 2025년 1공장, 2027년 2공장을 완공하는 게 목표다.

전구체는 2차 전지 핵심 물질인 양극재 원가 70%를 차지하는 주원료다. 전구체 10만t은 전기차 60만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양이다.

GEM코리아는 중국 최대 전구체 기업 GEM(거린메이)과 한국 최대 전구체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 SK온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투자법인이다. GEM 측은 5292억원 정도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쉬카이화 GEM 회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적 시장을 갖고 있다"며 "매혹적인 새만금 이름처럼 '만냥의 황금'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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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개발청과 한·중 합작기업 GEM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이 지난 24일 군산시 라마다호텔에서 새만금 국가산단 33만㎡에 1조2100억원 규모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는 내용의 투자 협약을 맺은 뒤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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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100억…"작년 새만금 전체 투자금 넘어"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는 반색하고 있다. GEM코리아 측 투자금은 지난해 새만금 산단 내 전체 투자 유치 실적인 21개 회사 1조1852억원을 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새만금개발청은 전구체 공장 설립으로 1100여 명 직접 고용, 2조1000억원 생산 유발 효과를 예측했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새만금은 용지 확장성과 항공·철도·항만 등 물류 인프라 측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번 투자로 전북 전략산업 핵심인 2차 전지 특화단지 가치사슬 체계를 완성할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배터리업계는 중국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한 배경으로 미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주목하고 있다. IRA는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사용하고, 핵심 광물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경우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조항을 담고 있다.

배터리 부품 요건은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상승해 2029년까지 100%, 핵심 광물 요건은 2027년까지 80% 이상으로 올라간다. 한마디로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부품 사용을 금지하면서도 FTA를 체결한 우방국에서 가공한 광물은 제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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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전화 회의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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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코리아'로 미국 수출…전북도 "새로운 루트"



전북도는 "새만금 공장에서 생산한 전구체는 전량 국내 투자사의 북미 양극재 공장으로 수출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 투자는 세계 전구체 시장 3위 기업인 GEM이 중국에서 소재를 가져와 한국에서 가공하는 방식으로 미국 IRA를 비껴가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2차 전지 핵심 소재를 중국에 의존해온 국내 배터리업계도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전구체를 중국에서 90%가량 수입해 왔다.

전북도는 중국 배터리업계가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김 지사도 협약식에서 "중국 회사들이 한국 회사와 합작해 (새만금에서 생산되는)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새로운 루트가 앞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자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합작해 법망을 피하는 시도를 제재하라는 요구는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선 "자칫 미국이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중국이 한국에 투자할 메리트를 잃어 새만금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재무부는 이달 안에 IRA 세부 규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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