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계비대출 수요 폭발..금융당국, 민간과 '상생금융' 쌍끌이 나선다

소액생계비대출 폭발적 반응에
은행권 '과실 나누기' 본격화되자
서금원+금감원 '상생금융' 강화
안정적 예산 확보 통한 정책금융 공급
與 "공무원 늘리는 것보다 역할 내실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월 21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복현 금감원장. 2023.2.21. 연합뉴스.

'소액 생계비'(긴급 생계비) 사전 예약 개시 첫날인 22일 신청자가 폭주해 대출 실행 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모습.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소액 생계비 사전 예약이 시작된 이날 오후 9시부터 오후까지 접속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2023.3.22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취약계층에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예약률이 98%에 달하는 등 서민정책금융에 대한 높은 수요가 증명되면서 당국의 서민정책금융기관 역할 확대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금리인상기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둔 금융회사에 고통분담을 압박해오던 당국이 정책금융 제도 정비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고 있는 데다, 정치권에서도 당국에 정책금융 확대를 강조하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상생금융' 강화에 방점을 찍고 기관 및 역할 확대개편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의 안정적 정책금융 공급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 최근 민생금융국을 신설한 금융감독원의 서민정책금융 관련 역할 강화 방안 등이다. 서민금융 확대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정책금융상품 수요가 증명되는 등 필요성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생계비대출 예약률 98%.. 올해 10조 정책서민금융 '흥행 청신호'

당국의 정책서민금융기관 역할 확대 검토는 '높은 수요'와 맞물려 있다는 게 당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고 연 15.9% 금리(금융교육 이수 및 이자납부에 따라 최저 9.4% 적용)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예약 상담이 98% 마감됐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오는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대출상담에만 2만5144명(98%)이 몰린 것으로 향후 일정을 고려할 때 신청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청년도약계좌도 '5년간 5000만원 목돈 마련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에서는 인기 정책금융상품 수요가 더 몰릴 것을 예상해 서금원 내 행복기금 활용 등 추가 예산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계비대출은 올해 1000억원, 청년도약계좌는 3678억원의 정책자금을 마련했는데도 초과수요가 점쳐진다는 점에서 당국의 올해 10조원 규모 정책금융 공급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은행권 '상생금융 보따리 풀기' + 정치권 압박도 분위기 조성

민간 금융회사들이 상생금융 보따리 풀기에 나선 것도 당국의 정책서민금융 확대 검토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당국의 고통분담 압박에 은행권이 화답하면서 당국에서도 서금원, 금감원 역할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30일 우리은행 방문을 끝으로 4대 시중은행 상생금융 현장 행보를 마무리한다. 이에 맞춰 4대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새희망홀씨대출 등 대출금리 인하, 중소기업 지원책 뿐 아니라 상생금융 관련 조직 신설방안 등을 내놓으며 '과실 나누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서민금융 행보를 통해 당국에 정책금융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첫 민생 행보로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필요한 수준으로 (정책)금융공급을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는 촘촘한 지원체계를 만들 것인지가 당면한 과제다. 저신용·저소득 계층의 생계유지 차원에서 공공부문 자금을 지원하는게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금융·복지가 연계되는 고용 종합상담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2030대 청년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 강화 등을 당부했다.

조직 키우기보다 역할 내실화.. 공공-민간 지원 '균형 맞추기' 과제

당·정에서는 서민정책금융기관 인력을 대폭 확대해서 조직을 키우거나, 새로 만들기보다는 역할 내실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서금원의 경우 국민행복기금을 운용하고는 있지만 수요에 맞게 정책금융을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안정적인 정책자금 조달방안을 제도화하는 방향이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재정당국 간 의견 조율이 안 되거나, 국회에서 예산이 충분히 책정되지 않았을 경우 초과수요가 발생할 때 자금조달에 애로가 있었다.

금융당국 핵심 고위 관계자는 "서금원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민간금융사·시장 중심의 상생금융을 강조하던 기조와 배치될 수 있고, 공공 부문이 덩치를 키운다는 비판도 있어서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정책서민금융기관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상생금융의 본질은 시장 안에서 자체적으로 (상생금융에 대한) 인센티브,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 메커니즘이 작동해서 상생금융이 잘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장 환경 조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공공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상생금융을 확대할 발판 마련이 우선이며 상생금융에서 민간과 공공부문의 균형 잡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당에서도 조직 확대보다는 역할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기현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국의 서민정책금융 강화와 관련 "조직을 확대해서 공무원 수를 늘리는 건 민주당 방식"이라며 "최대한 기존 인력을 활용해서 조금이라도 더 국민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또한 통화에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건 필요하지만 어떤 형태로 강화할지는 추가로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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