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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즉석 생맥주, 편의점 판매는 안 돼"... 정부 불허 방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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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확대되면 과세 어렵고 음식점 반발
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첫 주말인 지난해 4월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테이블마다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생맥주를 마시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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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컵에 담아 파는 즉석 생맥주는 식당에서만 마실 수 있다. 편의점 판매 불허 방침을 정부가 바꾸지 않기로 하면서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편의점 등 주류 소매업자도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맥주 제조 키트에서 생산한 생맥주를 곧장 다른 용기에 나눠 담아 팔 수 있는지를 묻는 세법 질의에 ‘판매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정부 관계자는 “맥주 소분(小分)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모든 편의점이 맥주 가게가 될 수 있는 셈”이라며 “기존 음식점과의 형평성이나 관리ㆍ감독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류의 가공ㆍ조작은 엄격히 금지한다는 게 현행 주세법 원칙이다. 다만 음식점이나 주점이 고객의 주문을 받는 즉시 생맥주를 별도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경우만 소분 판매가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많은 자영업자가 이미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담아 배달 판매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다”는 게 2019년 규제 완화 당시 정부 설명이었다.

이에 음식점이 아닌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주류 소매업체의 경우 현재 아예 소분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음식점이 주류를 나눠 재포장할 때도 별도 상표를 붙이거나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생맥주를 소분해 보관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음식과 함께 배달해 달라고 주문한 소비자에게 재포장한 생맥주를 제공할 수는 있다.

정부의 예외 확대 불가 방침은 확고하다. 편의점 등까지 주류 소분 판매를 할 수 있게 되면 위생이나 과세 관리가 지금보다 훨씬 힘들어지고, 기존 음식점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 같은 대형 소매 판매망으로 판로를 확대하려는 소규모 맥주 제조 키트 생산업체의 시도가 지금껏 무위에 그친 배경이다.

그러나 접근성과 달리 가격 측면에서는 정부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할 공산이 크다. 현재 생맥주는 병ㆍ캔ㆍ페트병으로 포장된 일반 맥주보다 한시적으로 20%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정부는 올해 말 종료할 예정인 해당 주세 인하 조처의 연장 여부를 연내 결정해야 한다. 2020년 맥주 대상 주세 과세 방식을 기존 ‘종가세(출고 가격에 따라 과세)’에서 ‘종량세(출고량에 따라 과세)’로 바꿀 때는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대폭 커지는 생맥주를 일정 기간 배려하려는 의도였지만, 지금은 최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 요인 축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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