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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반파된 '1억' 아우디가 줄줄이…소금물에 배터리 던지는 이곳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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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배터리시험실에서 배터리가 떨어지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4.9m 높이에서 떨어지면 사람은 죽을 수 있어도, 배터리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배터리시험실. 전기차 배터리 하부에 충격을 줘서 불이 나는지 점검하기 위한 시험이 진행됐다. 무게 400㎏의 철뭉치가 4.9m 높이에서 떨어지며 굉음을 냈고 진동과 함께 먼지가 휘날렸다. 이후 화재에 대비해 유해가스를 빨아들이는 후드가 배터리 위로 즉시 배치됐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문보현 KATRI 미래차연구처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화재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개발·실험 단계에서는 화재가 일어났지만, 이를 개선한 덕분에 안전하게 완제품이 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이 이 시험을 운영하며, 중국 등이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자동차와 부품·기계 등의 제작결함을 조사하고 이상 발생 시 리콜을 유도하는 기관이다. 신차를 대상으로 충돌·보행자·사고예방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판매 중인 차량 중 소비자 신고가 많은 차량 등을 대상으로 결함을 조사한다. 교환·환불 조치가 내려질 경우 소비자와 완성차업체 간 중재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외에도 안전기준의 국제화에도 힘쓰면서 자율주행·친환경차 등 미래차 연구개발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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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기상환경재현시설. /사진제공=KAT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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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에 신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연구원의 일감도 크게 늘었다. 100여년 간의 검증을 거친 내연기관차와 달리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차는 이제 막 대중화되는 시점이다. 보다 꼼꼼하게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 그 방식도 빠르게 변화한다. 연구원 역시 발 빠르게 새 방식을 도입한다. 배터리의 경우 낙하시험 외에도 바닷물 농도의 소금물에 침수시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지난해 기아 EV6가 갯벌에 빠진 사고가 생겼는데 이같은 시험을 연구원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면서 불이 나지 않게 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기상환경재현시설은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다. 기상환경재현시설은 안개나 폭우 속에서 자율주행차 센서·제어기술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총 500m 길이의 터널형 시설이다. 시간당 60㎜의 인공폭우를 내리게 할 수 있다. 그 입자크기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안개도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앞 차량의 방향지시등이 희미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연구원 관계자는 "라이더 센서 시험 결과 실제 안개랑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자율자동차가 센서를 인식해 멈추는지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난이도는 높아졌지만 면밀한 검사 덕에 실제 리콜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원이 리콜을 유도한 건 수는 총 296건, 리콜 차량은 총 324만7926대로 사상 최대치였다. 특히 전기차는 전체 등록 대수가 지난해 기준 약 39만대인데, 이중 절반에 달하는 20만여대가 리콜됐다. 김성섭 KATRI 리콜정책처장은 "과거에 비해 살펴볼 부분이 늘면서 리콜도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리콜센터로 신고한 건수만 연 6000건에 달해 귀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충돌테스트. /사진제공=KATRI.

다만 한계는 있다. 연구원이 자동차·부품 등의 제작결함에 사용하는 올해 예산은 약 72억이다. 총 17개 제작사의 19개 차종(52대)에 대해서 검사를 진행하는데 차량 구입비만 40억원에 달한다. 다양한 충돌테스트를 위해 한 차종당 여러 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충돌테스트를 진행한 아우디 e-트론 차량의 경우 대당 1억원을 넘기는데 현장에는 충돌 끝에 반파된 차들이 줄을 이어 세워져 있었다. 김 처장은 "예산에 따라 차량 구매가 바뀌고 시험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면 충분히 그 이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향후에도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듣고 관련 대응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일부 소비자들이 그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배터리 단품 시험에 착수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주차·충전 중 불이 나는 상황 등이 외부 요인에 의한 문제인지 배터리셀 자체 불량 문제인지 등을 확인하는 연구"라며 "화재를 배터리 내부에서 방지할 수 있는 시험 연구도 4년 정도 진행한 이후 관련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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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충돌테스트가 끝나고 반파된 차량들이 서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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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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