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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푸틴 "벨라루스에 러 핵무기 배치"… 폴란드 등 인접국들 안보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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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나토 회원국에 핵무기 배치" 정당화

발사 등 통제권은 안 넘기고 러 직접 행사

러시아가 이웃나라이자 동맹인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 벨라루스 입장에선 소련(현 러시아)의 일부이던 시절 소련제 핵무기가 남아 있다가 철거된 지 약 30년 만에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들여오는 셈이다. 다만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등 통제권은 벨라루스에 넘기지 않고 직접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BBC 방송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매체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벨라루스는 크레믈궁의 확고한 동맹이자 우크라이나 침공의 지지자”라고 지적했다. 1994년부터 무려 30년 가까이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여러 차례 푸틴과 만나 지원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는 자국 영토 안에서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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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4일(현지시간) 크레믈궁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모스크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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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에 따르면 푸틴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핵무기를 배치한 조치를 거론하며 이번 결정을 정당화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수십년 동안 유럽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왔다”며 “러시아의 행동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더라도 그 통제권은 러시아가 계속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NPT 체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중국 5개국 이외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미국이 자국 통제 하에 있는 핵무기를 나토 동맹국들에 배치한 것은 NPT 위반이 아니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푸틴은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장치를 이미 벨라루스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오는 7월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시설을 벨라루스에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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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공개한 이스칸데르 전술 미사일과 그 발사장치.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사거리도 500㎞에 달해 인접국들의 안보에 치명적 위협을 가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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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련이 해체되었을 당시 소련 핵무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4개 신생 독립국에 흩어져 있었다. 소련의 공식 승계국인 러시아는 즉각 핵무기 수거에 나섰고 핵무기의 안전하고 책임있는 관리를 원하는 미국와 영국도 이를 적극 도왔다. 그 결과 1996년까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에 있던 모든 핵무기가 러시아로 이관됐다.

벨라루스 입장에선 약 30년 만에 자국 영토에 다시 핵무기를 들여오는 셈이다. 이는 벨라루스와 국경을 마주한 우크라이나는 물론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모든 인접국들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당장 폴란드부터 미국에 “벨라루스로부터의 핵 위협에 맞서 우리 영토에도 전술핵무기를 배치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으로 미국과 동맹 관계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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