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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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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폭등에도 한국 같은 폭락 없다... 미국 집값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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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미국 2월 주택판매량 14.5% 급증, 집값 바닥론

연간 하락률 0.2% 불과, 선진국 중 최하위

사상 최저치 실업률, 공급부족 탓에 조기 반등론

“주택 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집값의 반등 가능성을 보도했다. 근거는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의 2월 주택거래량 통계이다. 2월 판매량은 1월에 비해 14.5% 증가했다. 2020 년 7 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적하던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한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금리가 2.8%(2020년12월)에서 작년 말 7%대까지 치솟았다. 금리 폭등으로 주택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집값 폭락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까지 내리면서 2021년에만 집값이 19% 폭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치솟자 미국은 기준금리를 최근 5%까지 올렸다.

◇연간 하락률 0.2%에 그쳐

금리 폭등 진원지인 미국의 집값 하락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2월 미국 기존 주택 중위 가격은 36만3000달러로 1년 전보다 0.2% 하락하는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주택 가격이 비싼 서부(-5.6%)와 북동부(-4.5%)지역이 하락을 주도했다. 그러나 남부(+2.7%)와 중서부(+5% )는 여전히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높았다.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쇼크처럼 집값 버블이 붕괴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쳤다.

2월 거래량 반등의 이유는 뭘까. 작년 말 7%대로 치솟은 모기지 금리가 6%대로 하락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모기지 금리 하락을 기회로 보고 있다”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에서 판매량이 더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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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알링턴의 한 주택가에 나붙은 매매 안내 표지판. 주택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미국에서 집값 바닥론이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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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고정금리 대출, 금리 충격 덜해

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주요 국가 중에 고점 대비 하락률이 0.9%로 뉴질랜드(-14%), 스웨덴(-13.8%), 호주(-9.3%), 캐나다(-6.7%), 한국(-6.4%)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금리 폭등에도 미국 집값 하락률이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뭘까. 그 비밀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있다. 미국은 모기지의 90%이상이 30년 고정금리 상품이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구매 수요는 줄지만, 기존 주택 소유자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변동이 없다. 이자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신규 주택수요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급매물이 쏟아지지 않는 이유이다.

집값이 폭락한 한국, 스웨덴, 뉴질랜드, 호주 등은 모기지가 대부분 변동금리이거나 2~5년 고정금리이다. 금리가 치솟으면 이자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폭락하는 구조이다.

◇가계부채 비율 70%, 한국은 100%

더군다나 미국은 가계부채 비율도 낮다. BIS(국제결제은행)의 2022년 3분기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5.3%이다. 미국은 76%이다. 미국은 리먼쇼크 직전에 101%까지 치솟았다. 한국의 경우, 전세가격이 급락하면서 집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지만, 미국은 주택 임대료가 여전히 상승세이다. 리먼쇼크이후 장기간 공급부족이 누적된 결과이다.리먼쇼크로 집값 폭락을 경험한 건설사들이 주택건설에 소극적이었다.

작년과 올해 집값 폭등기에도 인력부족, 자재난, 토지 부족 등으로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400만~600만가구 정도 덜 공급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실업률이 53년 만의 최저치인 3.4%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여전히 좋다는 점도 미국 집값이 유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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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마르코스에 건설중인 주택들./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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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의 파격적 할인 분양

미국의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주택 시장이 펀더멘털을 회복하려면 19.5%의 하락을 경험해야 한다”고 밝혔다. 2~3년간 집값이 소득에 비해 너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 판매량 회복에 대해 건설업자들이 고객이자 선납 등의 형태를 통한 파격적 할인 분양으로 수요자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건설업체들이 자체 금융으로 선이자 선납 등을 통해 7% 전후의 모기지를 4%대에 제공하고 있다. 이런 할인 판매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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