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그렇게 ‘번인 현상’ 비판하더니…삼성은 왜 10년 만에 OLED로 돌아섰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 세계 TV 판매량 1위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국내에 내놓는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OLED TV를 판매하는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OLED TV 사업을 정리한 뒤 “영원히 안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OLED TV 성장세가 지속되자 재차 뛰어든 모습이다. 시장 관심은 LG전자와의 한판 승부에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10년 동안 OLED TV 시장을 이끌어온 LG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매경이코노미

삼성전자 모델이 올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삼성 OLED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년 만에 말 바꾼 삼성전자

TV 시장 침체에도 OLED 성장

매경이코노미

삼성전자의 OLED TV 출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OLED TV를 선보였지만 1년 뒤 바로 손을 뗐다. 당시 사업 철수 이유로 수율 문제가 꼽혔다. 수율은 생산품 중 양품 비율을 의미하는데, 예상보다 현저히 낮은 수율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기반 Q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TV 사업을 펼쳤다.

그러면서 경쟁사 LG전자가 주력하는 OLED TV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2017년에는 자사 뉴스룸 ‘알아두면 쓸모 있는 TV 상식, 번인(burn-in) 현상 왜 생기는 걸까?’ 글을 통해 OLED TV에서 ‘번인 현상’이 발생한다며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아직 삼성전자 뉴스룸에 남아 있다.

동시에 OLED TV 시장 진출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부정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던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삼성전자는 OLED 설비가 없고 OLED는 영원히 안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영원히 안 한다던 한 부회장의 약속은 바로 깨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OLED TV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2년 3월에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자사 첫 OLED TV ‘QD-OLED TV’ 판매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OLED TV의 국내 출시를 확정했다. 본격적으로 OLED TV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간 내뱉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OLED TV를 북미, 유럽에 먼저 내놓고도 조심스러운 태도가 강했는데 이번 국내 출시로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OLED TV 사업에 다시 뛰어든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사업 환경 변화를 꼽는다. 최근 글로벌 TV 시장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1024억2138만달러(약 133조2194억원)로 전년 1179억4748만달러(약 153조3789억원)보다 13.2% 감소했다. 올해도 역성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LCD TV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제품 경쟁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OLED TV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프리미엄 TV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TV 중에서도 OLED TV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출하량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출하량은 2022년 652만대에서 계속 늘어 2026년 1054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회장은 3월 15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소비자의 선택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며 “OLED TV 라인업과 도입 지역을 전년 대비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등장에도 ‘자신만만’ LG전자

과거 받았던 비판, 그대로 돌려줬다

삼성전자의 OLED TV 국내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LG전자는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 상무는 “경쟁사가 늘어나는 것은 언제든 웰컴(환영)”이라며 “초기에는 다른 기업이 만들지 않고 LG전자만 진행했다. 이 때문에 경쟁 업체가 들어오는 게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백 상무는 “너도나도 OLED를 하겠다는 것을 보니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보람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LG전자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일단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한다. 또 10년 동안 OLED TV 시장을 이끌어온 만큼, 기술력이 앞선다는 판단이다. 특히 과거 삼성전자가 LG전자의 OLED TV를 두고 ‘번인’ 현상을 비판했다면 최근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OLED TV 번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번인은 TV에 장시간 같은 화면을 켜둘 경우 그 부분의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거나 화면에 잔상(얼룩)이 남는 현상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OLED TV에 공들인 LG전자는 번인 현상을 크게 개선한 상태다. 백 상무는 “잔상은 경험과 시간의 싸움”이라며 “그동안 고객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다양한 사례에 대응하면서 관련 기술을 쌓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잔상 문제는 테스트를 넘어 경험의 축적으로만 극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OLED TV는 번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LG전자 독일 법인은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간) TV 신제품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삼성전자 OLED TV를 저격했다. 미국 기술 리뷰 사이트 ‘알팅스(rtings)’ 내구성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OLED TV가 번인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알팅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OLED TV는 테스트 시작 이후 2개월 만에 번인 현상이 발생했다. 과거 삼성전자도 알팅스 조사 결과를 인용해 LG전자 OLED TV 번인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후발 주자 삼성의 고민

패널 물량 부족…LGD 협업할까

업계는 기술력보다 더 큰 문제는 물량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퀀텀닷(QD) OLED 패널을 기반으로 OLED TV를 생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QD OLED 패널 물량만으로는 OLED TV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연간 150만장의 QD OLED 패널을 생산할 전망이다. 경쟁사 LG디스플레이(910만장)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물량 중 일부를 소니에도 납품해야 한다.

이는 삼성과 LG의 OLED 동맹설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2021년 삼성전자가 OLED TV 출시를 공식화했을 때부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업 가능성이 점쳐졌다. 실제 협상까지 진행됐으나, 가격을 두고 의견이 갈렸고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OLED TV를 국내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동맹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자사 OLED TV 제품명에 ‘QD’를 붙이지 않고, ‘삼성 OLED TV’로 내놓으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수급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동맹 가능성은 지난해보다 높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고객사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졌고 삼성전자도 국내 OLED TV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충분한 OLED TV용 패널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한종희 부회장도 지난 2월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와의 협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구매한다, 안 한다 개념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