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빗장 풀리자 난립' 정당 현수막, 시민 안전마저 위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시행령 개정으로 합법화
광주 도심 곳곳 '몸살'…시행 석 달 만에 민원 165건
시야 방해·교통 안전 우려 잇따라…"보완 입법 시급"
뉴시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5일 광주 서구 광천동 광천교차로 내 횡단보도 주변에 각 정당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3.25. wisdom21@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합법화 석 달 만에 광주 도심 곳곳에 난립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이 시민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26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자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 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과 동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옥외광고물법 8조(적용 배제)에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할 경우'가 추가, 합법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정당 현수막은 시행령이 정한 정당 또는 당 직책자(당 대표·당협위원장 등) 명의로 최대 15일간 내걸 수 있다.

빗장이 풀린 직후, 실제 광주 도심 주요 교차로에는 정당 현수막이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다. 관련 민원도 폭증하고 있다.

법 개정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99일간 광주 5개 자치구에 접수된 정당 현수막 관련 공식 민원은 165건이다. 북구 65건, 광산구 52건, 서구 26건, 동구 18건, 남구 4건 순이다.

합법화 직전 3개월간(2022년 9~11월)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33건에 불과했다. 법 개정 전후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5배나 늘어난 것이다.

민원 중에는 법 개정 사실을 몰라 무작정 강제 철거를 요구하는 내용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회전 차로 주변에 설치돼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보행자 신호등을 가리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표지판을 가린다' 등 교통 안전 우려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이 밖에 '현수막 한쪽이 뜯어져 낙하 위험이 있다', '미관을 해친다', '자극적인 문구가 혐오스럽다' 등 민원도 있었다.

뉴시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5일 광주 서구 광천동 광천교차로 내 횡단보도 주변에 각 정당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3.25. wisdom21@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자치구는 올해 들어 설치 요건을 어겼거나 교통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정당 현수막 50여 건에 대해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이마저도 정당 측의 거센 항의를 받거나 소극적인 협조 태도로 실제 정비에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시·구는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민원까지 포함하면 정당 현수막에 따른 시민 불편이 더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학생 최모(23)씨는 "선거철 때나 보던 정당 현수막이 요즘은 어딜 가나 있다. 때로는 설치 높이가 낮아 보행자 신호등을 가리는 등 교통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김모(56)씨는 "우회전 차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현수막 탓에 횡단보도에 접근하는 보행자가 안 보일 때도 있다"면서 "광고용과 달리 정당 현수막은 합법화하는 게 공평하지는 않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안전을 해친다면 그 어떤 현수막이라도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모(62·여)씨도 "제한속도 등 교통 표지판이나 상가 간판을 가리는 경우도 흔하다. 비속어나 조롱하는 표현이 많아 정당 현수막을 마주할 때마다 피로감이 크다"며 "엄격한 설치 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시는 이달부터 '정당 현수막' 설치 실태, 규정 위반 사례 등을 자치구 단위로 파악하기로 했다.

전국 각지에서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행정안전부도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정비 판단 기준으로만 쓰이는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시행령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행안부는 법 개정 직후인 지난해 12월 15일자로 각 지자체에 ▲정당·설치업체 연락처, 게시기간 등 전면 명시 ▲교통 지장·사고 위험 높이면 안 된다 등 가이드라인을 배포, 준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가이드라인 내 규정에 어긋난 정당 현수막을 지자체가 곧바로 강제 철거할 제도적 근거는 없다. 정당 또는 업체 측에 계도 또는 자진 철거 요구만 할 수 있다. 지자체가 겨우 동의를 얻어 대신 철거하는 경우도 잦다.

뉴시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5일 광주 북구 오치동 북부경찰서 사거리 주변 인도에 정당 현수막 등이 걸려 있다. 2023.3.25. wisdom21@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정당 현수막은 요건을 갖췄더라도 이설 또는 자진 정비를 적극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행안부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이드라인 내 '교통 지장·사고 위험을 높이면 안 된다'는 규정에 따른 강제 철거 권한만 있어도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