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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또 과거사 숙제 푸는 尹정부…화해치유재단 '잔금 56억'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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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공식 합의로 존중…기본정신에 맞게 사용"
합의 두고 한일입장 차 명확…잔여금 사용 둔 협의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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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징용) 해법 발표로 인한 부정 여론을 잠재우기도 전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가 또 하나의 민감한 과거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 일본이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위해 내놓은 10억 엔(약 100억 원) 중 잔여 기금 활용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해 9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을 당시.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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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정부의 강제동원(징용) 해법 발표 이후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가 또 하나의 민감한 과거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안부 합의는 국내 반발 여론이 큰 데다 한국과 일본의 입장차가 극명해 합의점을 도출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며 "일본이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위해 내놓은 10억 엔(약 100억원) 중 잔여 기금 활용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반발,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부정 여론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잔여금 처리는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거사 숙제'가 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부터 화해치유재단 해산까지

한일 위안부 합의는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협상, 타결해 최종적 종결을 약속한 사건을 말한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당시 일본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함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합의 내용은 △일본이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10억 엔(약 100여억 원) 출연 △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 △ 두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의 확인 크게 세 가지다. 한국 정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해결되도록 노력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하기로 했다. 합의 결과 2016년 7월 여성가족부 산하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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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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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합의 발표문에는 위안부 제도라는 국가 주도의 전쟁범죄에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명확히 담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란 표현이 포함돼 위안부 피해자와 국내여론의 거센 반발을 맞았다. 이 때 위안부 합의 폐기와 위로금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2016년 6월 설립된 단체가 정의기억재단으로, 현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이다.

화해치유재단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 기능 정지 상태에 빠져들었다. 정부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위안부 합의 과정을 재검토한 뒤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다. 2018년 11월 정부는 "피해자 뜻과 무관하게 이뤄진 합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출연 기금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지급된 위로금과 재단 운영비 약 44억 원을 제외한, 56억 원이 남아있다.

한일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한일 인식 차 존재

정부는 "구체적인 잔여금 사용 방안은 국내 의견수렴 및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가 기본 정신"이라며 "(기본 정신) 이행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잔여기금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인식은 명예·존엄 회복과 치유 등이 초점인 우리 정부와 사뭇 다르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의 방점을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기억보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에 두고 있다. 돈 냈고 한번 사과했으니 끝내자, 과거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자는 얘기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3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다시 세워 남은 돈을 위안부 피해자·유가족에게 지급하길 바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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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열린 '2015 한일합의 3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피해자중심주의 접근원칙에 근거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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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던 아베 전 총리가 위안부 합의 후에도 '위안부는 민간 주도하여 이뤄진 자발적인 참여'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당연시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행동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일본은 위안부와 관련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보다는 묻고 지우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며 "잔여금 56억원과 정부에서 갹출한 100억여원을 국제적인 전시 성폭력 치유 프로그램에 공동으로 펀딩하자는 우리 정부 제안을 일본이 거부한 게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잔여금 어떻게 써야할지 전문가에 물어보니

'출연금은 위안부 명예·존엄 회복 사업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사용한다'는 내용 앞에는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라고 명시돼있다. 즉 출연금을 관련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선 일본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인식차가 큰 만큼 일본은 기념과 기림, 교육 사업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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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일 서울 도봉구 도봉문화회관 옆 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의 얼굴이 날카로운 것에 긁힌 자국 등으로 훼손됐다. /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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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교수는 "화해치유재단에서는 사실상 위로금만 지급하는 사업만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명예·존엄 회복과 치유에는 위안부에 대해 올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교수는 "일본이 출연금 용처에 대해 구속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위안부에 대한 추모·기억 관련 사업이 이뤄져야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란 취지에는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과거사는 묻자'는 일본의 장단에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불신 여론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잔여금을 바람직하게 쓰자는 논의에 앞서 위안부 합의와 출연금 자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느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을 복원해 수령을 거부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 우리 정부의 기금을 더한다는 전제에서다. 주일대사를 역임했던 강창일 동국대 석좌교수는 "재단을 복원해 위안부 피해자·유가족들에게 지급하고 위안부 기념재단을 만드는 등의 사업이 실시돼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주는 돈을 받으라고 하니 피해자들이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고, 위안부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다. 강 교수는 "우리 정부 돈이 더해져야 피해자들이 위로금을 받을 때나 일본이 사업의 용처를 문제 삼을 때 각각 해석할 수 있도록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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