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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애플 쇼크웨이브]⑦아이폰15프로는 200만원? 이유는 3나노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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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가격 2017년 후 첫 인상 예상

200만원 진입 가능성 커

TSMC 3나노 공정 칩이 핵심 인상 요인

'메이드 인 아메리카' 칩도 가격 상승 이끌 수도

[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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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대학생 A군은 이번 가을에 나올 '아이폰15프로'를 기다리고 있다. 강력해진 삼성전자의 '갤럭시S23'의 '뽐뿌'도 참아내며 '존버' 중이다. 아이폰15프로에는 최소 155만원이나 되는 가격표가 붙었지만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시작된 만큼 이번에는 아이폰으로 갈아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데 아이폰15프로를 구입하려면 A군은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이폰값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 프로 값을 올린다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하필 A군이 아이폰을 사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성능 업그레이드한 아이폰 칩, 비용도 늘어나
반도체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특히 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용 모뎀의 값이 핵심이다. 분석업체 테크인사이트는 애플 아이폰14플러스의 경우 전체 제조 비용이 527달러인데, 이중 모뎀이 47달러, AP가 81달러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른 반도체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아이폰 제조 비용의 54%를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공급난으로 자동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에도 애플은 지난해 미국 내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을 동결했다. 아이폰15프로에 사용된 A16 칩은 5나노 공정의 A15에 비해 개선된 4나노 공정을 사용했다. 칩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선택은 이번에도 가격 동결이었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 10주년 기념모델인 아이폰X 출시 이후 프로급 제품라인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유지해왔다. 애플 아이폰의 999달러는 다이소의 '1000원'과 같은 의미 있는 가격표였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하이퉁증권의 제프 푸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15프로 값이 200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티타늄 프레임 사용 가능성도 가격 상승을 불러올 요인이지만 핵심은 아이폰15프로에 사용될 'A17' 칩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를 선보이면서 일반모델에는 아이폰13에 사용하던 'A15'를, 고급형인 프로급에는 새로 선보인 'A16'을 사용했다. 올해 등장할 아이폰15에는 프로라인에 A17이, 일반 아이폰에는 A16이 쓰일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최상위 등급인 '아이폰15 울트라'를 선보이면 300만원의 가격표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애플은 요즘 '급 나누기'에 진심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정말 아이폰 가격에 대한 생각을 바꾼 걸까. 그렇다면 이유는 반도체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최근 주력 제품으로 부상한 아이폰프로 시리즈에 사용되는 고사양 칩 가격이 치솟으면서 아이폰값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99달러라는 가격표가 마침내 1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판매가는 200만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반도체는 첨단 미세 제조 공정이 적용될수록 성능이 향상된다. 같은 크기에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성능을 높이면 전력 소비는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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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우 TSMC 회장이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웨이퍼 앞에 서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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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삼성전자가 TSMC 4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퀄컴의 ‘스냅드래곤 8 2세대’ 칩을 사용한 갤럭시S23으로 맹추격해오자 3나노 공정 ‘A17’ 칩을 통해 격차를 다시 벌리려는 전략이다. A17의 성능은 A16과 비교 시 싱글 코어는 약 60%, 멀티 코어는 약 40%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성능향상은 3나노 공정이 적용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TSMC 1단계 3나노 공정을 모두 차지한 만큼 AMD, 엔비디아, 퀄컴은 애플보다 늦은 올해 하반기부터 TSMC의 또 다른 3나노 공정인 N3E에서 생산한 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가격 상승은 '불청객'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TSMC가 지난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 3나노 공정을 사실상 독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TSMC와 삼성전자는 모두 3나노 공정의 수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적은 생산량을 독차지하려면 대가를 더 지불해야 한다. 애플과 TSMC사이에서 애플에 기울던 가격 협상의 추가 TSMC 쪽으로 옮겨온 이유다. WCCF테크는 "애플이 TSMC 3나노 공정을 독차지하기 위해 큰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5나노 공정을 개선한 TSMC의 4나노 공정을 3나노로 바꿀 경우 칩 전력효율은 35% 정도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칩 크기도 작아지고 성능도 15%가량 높아진다. 3나노 공정 칩을 사용한 아이폰15 프로의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고 성능도 향상된다.

문제는 TSMC가 3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반도체에 더 높은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TSMC가 지난해 12월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이 생산량을 독점하려다 보니 TSMC가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가 제시한 3나노 공정 웨이퍼 한장은 2만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진다. TSMC 5나노 공정 웨이퍼값은 약 1만6000달러로 파악된다.

지난해 아이폰 가격 동결은 달러화 강세로 인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밖에서 조달한 부품 가격이 올라도, 달러 환산 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완충지대'가 존재했다(우리나라는 원화 약세로 아이폰값이 많이 올랐다). 올해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대비 환율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부품값 급등이라는 불청객이 등장했다. 이쯤 되면 애플도 수익성을 유지하고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아이폰 가격표를 다르게 붙일 가능성이 크다. 맥루머스닷컴도 애플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값을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침 프리미엄 폰 시장 75%라는 점유율도 애플의 가격 상승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음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은 1% 증가했다. 애플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의 75%를 차지했다. 애플의 시장지배력과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점은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줄이는 요인이다.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칩 조달 비용 상승분을 모두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공급망 관리의 달인인 쿡 CEO가 비용 절감에 타고난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쿡이 협상에 나서면 상대방을 질리게 할 만큼 압박한다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좋은 부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달리 쿡은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부품값을 깎고 공정을 개선하며 재고를 관리하는 데 '달인'이다.

다른 방식으로 부품 단가를 낮추려 할 수도 있다. 외부에 의존했던 칩을 자체 개발품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애플 'M1' 칩을 사용한 컴퓨터가 인텔이 제공한 칩을 사용한 컴퓨터에 비해 가격이 낮아졌던 것도 이런 추측을 낳는다. 애플은 내년부터 자체 개발한 모뎀칩을 아이폰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에 모뎀을 공급 중인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의 최고경영자도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현장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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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장비반입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팀 쿡은 "이제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이 칩들은 자랑스럽게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가 찍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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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메이드 인 아메리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도 아이폰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불안 요인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이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상당폭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스마트폰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CNBC 방송은 최근 미국 내 반도체 생산으로 칩 제조 가격이 상승,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등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완제품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과 운영에 드는 비용이 대만이나 한국과 비교해 비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TSMC 대만 공장에서 생산한 AP 반도체를 사용해왔지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산 반도체 사용을 공언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아이폰에 미국산 반도체가 들어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로버트 모코스 소셜모바일 최고경영자는 미국에서 생산한 칩의 제조 비용이 대만산과 비교해 최대 40% 이상 치솟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아이폰에만 약 100달러 이상의 원가 상승요인이 생긴다.

웬델 황(Wendell Huang)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미국 공장 건설 비용이 대만보다 훨씬 더 비싸다고 언급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Fab에 4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공장(Fab)을 건설하는 비용이 대만과 비교해 4~5배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다 인건비, 허가 비용, 산업 안전 및 건강 규정 비용 등이 대만과 비교해 미국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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