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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국제대회 금메달 눈독 들이는 北… '체제 경쟁' 의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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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위원회 총회 24일 평양에서 열려

"메달 획득 늘려나가기 위한 사업 박차"

항저우 AG, 파리올림픽 출전 결심한 듯

최근 내각 총리로 하여금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겸임케 하며 스포츠에 관심을 드러낸 북한이 이번에는 “국제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늘리자”고 공개적으로 천명해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맹방인 중국에서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한국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국력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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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2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 시험 현장에서 권투선수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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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위원회 총회가 24일 평양에서 진행됐다”며 “리성학 내각 부총리와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김일국 체육상, 올림픽위원회 위원들, 연관 부문 간부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선 “국제경기들에서 메달 획득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하는 것”을 주로 논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북한은 2020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탓에 1년 늦춰져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 불참했다. 이듬해인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책동”을 이유로 들었다. 이같은 일방적 행동 탓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참가 자격 정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말로 자격 정지의 시효가 끝나면서 올해부터는 올림픽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마침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이 또한 코로나19 탓에 1년 늦게 개막하는 대회다. 마침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중국은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우방이다.

따라서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국제 체육대회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도 선수단을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김덕훈 내각 총리가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총리가 직접 체육지도를 맡을 정도로 스포츠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참석자들은 “체육 부문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한층 강화하며 온나라에 체육 열풍을 더욱 세차게 일으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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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의 명문대인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인공기를 펼쳐든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 평양=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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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국제경기들에서 메달 획득 수를 늘려나가자’라는 북한의 다짐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과거 냉전 시절 분단돼 있었던 서독(자유민주주의)과 동독(공산주의)은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 스포츠 무대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자기네 체제가 더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체제 경쟁이었다. 1972년 서독에서 열린 뮌헨올림픽 당시 동독은 금메달 20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23개를 따내며 주최국 서독(금 13, 은 11, 동 16)을 제쳤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동독과 서독이 딴 금메달은 각각 40개, 10개로 둘을 더하면 그 대회 우승국 소련(금 49)보다 많을 정도였다.

북한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보다 더 많은 메달 획득을 목표로 운동선수들을 부지런히 지도하고 육성하는 경우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물론 내년 7월 파리올림픽에서 한국과 북한 간에 과거 동서독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합이 펼져질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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