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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파크골프장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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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수 <함께사는길> 기자 ]
지난겨울, 골프장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작은 산골마을에 떠돌았다. 골프장 입지로 거론되는 곳은 다름 아닌 하천이었다. 정확히는 하천 가운데 오랜 세월 퇴적물이 쌓여 생긴 작은 섬, 하중도였다. 섬 가장자리에 소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솔밭'이라 불리는 그곳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뜬소문이 아니었다. 관할 군청에 확인해보니 18홀 파크골프장 건설을 위한 실시설계용역이 진행 중이며 군의회에서도 지난해 2월 토지매입비용 등 총사업비 16억 원을 통과시켰다. 담당 공무원은 실시설계용역이 끝나는 대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급기야 작은 산골마을 하천까지 넘보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파크골프장이 뭐길래

파크골프는 파크(Park)와 골프(Golf)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다. 일본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국내에는 2004년 서울 한강에 9홀 파크골프장이 조성되면서 시작됐다.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는 방식이 골프와 비슷하지만 공과 홀컵 크기가 커서 골프보다 치기 쉽고 비용 또한 저렴해 노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파크골프장은 최소 9홀이 1코스로 조성되는데 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최소 8250㎡의 면적이 필요하다. 축구장(7140㎡)보다 더 큰 부지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18홀, 27홀, 36홀 등으로 규모를 키워 추진되고 있다.

사단법인 파크골프장협회에 따르면 2023년 2월 현재 전국에 357개의 파크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총 홀수는 6361홀으로 최소 면적으로 잡아도 대략 580만㎡를 넘는다. 지자체마다 어르신들의 체육활동 기여 및 사회체육 활성화, 여가활동과 건강증진 도모, 파크골프 대회 개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앞다투어 추진한 결과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전국 곳곳에서 파크골프장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홀 수 확대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입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에 따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프레시안

▲ 강원도 홍천군이 18홀짜리 파크골프장을 추진하고 있는 부지 양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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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침수 피해

반복되는 홍수 피해 문제가 대표적이다. 강원도 횡성군 진천 둔치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7월 진천 상류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잔디가 쓸려나가고 시설물 곳곳이 훼손되는 등 수해를 입었다. 횡성군이 3억5000여만 원을 들여 조성한 파크골프장이었다. 횡성군은 수해 복구비로 사업비에 육박하는 약 3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군의회에 올렸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공공의 공간을 특정 동호인에게 넘겨준 것도 모자라 군 예산으로 수해복구까지 해야 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횡성군의회는 "동호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조속히 복구사업을 추진하여 줄 것을 당부"하면서도 "(파크골프장) 조성 및 수해 복구 등 사후관리에도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추가 조성사업에 대하여는 대체부지에 대한 검토와 특정인이 아닌 군민 모두가 다 함께 수변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활용방안을 마련하여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군민이 공감하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파크골프장 추가 조성사업비 전액을 삭감했다.

탄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졌다. 지난해 성남시는 탄천 둔치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을 두 배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성남환경연합은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남시는 기존에 조성된 수내파크골프장(9홀) 포함 탄천 둔치 시설 복구 비용으로 현재까지 약 37억 정도 들어갔고, 앞으로 50억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탄천 둔치는 홍수기에 매년 물에 잠기는 곳이다. 탄천 둔치는 파크골프장 공사를 추진하기에 알맞은 장소가 아니다. 골프장 부지가 자연습지였다면 홍수로 인한 시설복구 예산이 이 정도로 과도하게 낭비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탄천 둔치의 파크골프장 확장 사업은 성남시가 포기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하천 둔치에 조성된 상당수 파크골프장은 침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까지 점령

환경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하천구역 내에서 사업계획면적이 1만㎡ 이상일 경우,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집중호우 대비 시설 피해 방지대책, 하천 생태계 영향 등을 포함한 입지 타당성과 환경영향을 미리 조사하고 예측하여 환경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파크골프장 사업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건은 2014년부터 2023년 2월 20일까지 총 71건에 불과했다. 이중 부동의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업 대상지에 멸종위기종이 발견된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 남구 파크골프장도 그중 하나다. 환경청은 사업부지가 국가하천 친수공간으로 수달 등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지역에 포함되었다고 확인했음에도 "사업 시행으로 인해 수질 및 수생태계와 법정보호종 등 주요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정 저감방안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주문하며 사업에 동의했다.

개발제한구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남시는 미사대교 인근 한강둔치이자 개발제한구역 안에 36홀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하천점용허가 등의 행정적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연내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창원시는 더 노골적이다. 지난해 12월 창원시는 '파크골프장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파크골프장을 2022년 213홀에서 2026년 500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해 기존 공원 및 하천, 개발제한구역 내 가용지를 중심으로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 시급

무분별한 파크골프장 조성으로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논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나 대책 마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8월 낙동강 구간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74개의 파크골프장 중 34개 시설이 불법 운영 중이었다. 이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국가하천 기본계획에 따라 설치가 근본적으로 불가한 보전지구와 복원지구, 취수시설 상류 4㎞ 이내에 조성된 10개 시설은 폐쇄 조치하고 나머지 24개 시설은 기준에 따라 양성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낙동강 환경청의 규제로 낙동강변 파크 골프장 등 체육시설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도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고 이에 경남도지사는 "도 차원에서 적극 허용하도록 환경청과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전국의 4대강 유역 전체에 대해 하천 정비구역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환경청에 주문하기도 했다.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홍수터이자 야생동물의 서식처, 생태통로인 하천둔치를 강에 돌려줘야 한다고 외쳐왔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생물다양성 붕괴가 일어나는 분야 중 가장 심각한 곳이 담수 생태계다. 사람이 하천 가까이 살고 또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파크골프장 등 하천의 친수공간이 주는 편의도 적지 않지만 최소한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현재 하천기본계획이라는 큰 틀에서 하천공간에 대한 이용을 계획하고 있는데 엄격한 보호구역을 만들면서 시민 이용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크골프장이 강을 삼키기 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은수 <함께사는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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