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준비한 메시지 아니다"...박정희·DJ·盧·MB 등 前대통령 꺼내는 尹속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1998년 10월 당시 일본을 국빈 방문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일본 총리가 도쿄 영빈관에서 양국 외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21세기 새 시대를 위한 공동선언'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희, 김대중(DJ), 노무현, 이명박(MB)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국정 현안을 마주할 때마다 언급했던 전임 대통령들이다. 윤 대통령은 보수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힘 ‘1호 당원’이지만, 과거 대통령을 언급할 때 만은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을 넘나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며 엉킨 실타래를 푼 한·일 관계다.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 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DJ와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거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시 일본을 국빈방문한 DJ의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무의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연설을 수차례 인용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에게 경제고문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내 노무현의 남자라 불렸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한·일 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피력한 23분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참고했다고 한다. 전국에 생중계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엔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 바로 굴욕적 자세”라는 58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연설이 담겼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처한 시대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맹목적인 반일주의를 추구하는 야당의 모습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 선언 이전부터 주변 인사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밝혀온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선 기간인 지난해 2월엔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이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며 눈물을 삼켰다.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화물연대 파업 때도 대통령실은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도입한 제도”라며 업무개시 발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현재 윤 대통령의 경제고문은 ‘노무현의 남자’라 불린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중앙일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사면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제8회 서해수호의 날을 앞둔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합동묘역을 참배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김성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수사를 지휘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던 MB의 성과도 높이 평가했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다녀온 뒤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MB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다”고 말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한·UAE 관계의 초석을 다진 MB의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 덕에 UAE로부터 30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다만 다른 대통령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상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애니띵 벗 문(anything but Moon)’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비판할 때만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전임 대통령 언급에 대해 “참모들이 준비한 메시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고려와 의도가 담기지 않은 윤 대통령의 자연스러운 화법이란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자신을 ‘진보나 보수 대통령이 아닌 헌법을 지키는 대통령’이라 강조한 적이 있다”며 “그런 흐름에서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계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화법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안마다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설령 정치적 고려가 없더라도 이런 윤 대통령의 화법이 정치적 이점을 가져다준다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양쪽 진영을 아우를 수 있어 지지율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야당의 비판에 DJ와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거론해 반박할 경우 야당의 모순이 드러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