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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책의 향기]공동체 만들고 친구와 집 사고… 비혼 삶의 형태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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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비혼 여성 19명 인터뷰 담아

비혼자 증가 추세 맞춰 인식 바꿔야

◇에이징 솔로/김희경 지음/332쪽·1만6800원·동아시아

동아일보

한국에서 1인 가구를 이야기하면 홀로 사는 청년이나 노인을 흔히 떠올린다. 1인 가구를 말할 때 잘 언급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비혼 중년 여성이다.

20년째 혼자 살아온 저자는 자신을 향한 여러 단편적인 시선에 의문을 갖는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결핍의 인생이라거나, 외롭고 힘들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는 단언이다. 정말 중년 비혼자의 삶은 미완성이고 외로울까. 저자는 40, 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이상한 정상 가족’(2017년·동아시아)을 통해 우리 사회 아동 인권과 가족 정책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파헤쳤던 저자가 중년 비혼 여성에게 돋보기를 들이댔다.

중년 1인 가구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2020년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1인 가구의 37%가 중년이다. 또 20대의 52.9%, 30대의 52.7%가 앞으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중년 1인 가구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국내 1인 가구 정책과 담론이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로 요약된다고 지적하며 관점의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비혼 중년의 삶 속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모습이 펼쳐진다. ‘혼자 살면 외롭다’고 흔히 얘기하지만 저자가 만난 비혼 여성들은 외로움을 심각한 문제로 꼽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생각은 국내 1인 가구 담론과 대책이 고독사 예방 관점에서 펼쳐지면서 퍼진 과장된 두려움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뷰한 중년 비혼 여성 상당수는 이웃과 친밀한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에 살거나, 친구와 함께 집을 마련하고, 대안적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살기도 했다. 현재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으며, 아플 땐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두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결혼한 삶이 다 행복하거나 성숙한 것이 아니듯 솔로의 삶도 천차만별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르는 결혼이 비혼보다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비혼자에게 편견을 갖는 것을 ‘싱글리즘’이라고 명명했다. 혼자 사는 이들이 증가하는 건 세계적 현상이며 제도 역시 이에 맞춰 변해야 할 때임을 저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보여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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