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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30 마음은 얼음장이지만… “尹대통령은 MZ에 진심”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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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2030세대 강조하는 尹

정작 MZ 반응은 ‘글쎄’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21년 8월 촬영해 공개했던 ‘민지(MZ)야 부탁해’ 캠페인 홍보 영상 스틸컷. 윤 대통령은 이 영상에서 "민지한테 연락이 왔어. 요즘 MZ 세대가 이런 것 때문에 힘들다는데, 이거 우리가 좀 나서야 되는 것 아니야?"라고 한 뒤, 청년 고용 문제와 집값, 출산 문제 등을 언급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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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확고하게 갖고 있는 생각은 청년과 함께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성세대,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중장년층의 생각만 갖고는 우리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올바른 행정과 정책을 펴나가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1월 28일·대선 후보 직속 청년위원회 출범식)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청년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는데, 대표적인 게 ‘민지(MZ)야 부탁해’ 캠페인이다. 윤 대통령은 이 캠페인 영상에서 청년들의 취업 걱정, 출산과 육아에 대한 우려 등을 전하며 “야, 민지가 해달라는데 한번 좀 해보자. 같이하면 되잖아!”란 대사와 함께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다. “우리 청년들의 ‘깐부’ 석열이 형이 되겠다” “‘청년이 나의 선생님’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겠다” 등의 발언도 했다. 당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도 어느 후보에게도 확실한 지지 신호를 보내지 않은 청년층이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므로, 청년 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것은 당연한 선거 전략으로 여겨졌다.

청년 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취임 뒤에도 이어졌다. 청년은 ‘MZ’ ‘2030’ ‘미래세대’ 등 다양한 용어로 변주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뜨거운 반대 여론에 부닥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 지시를 내리면서도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년 세대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은 그의 확고한 신념과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은 “매번 청년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가 청년들에게 돌려준 것은 고용 한파와 주 69시간 노동뿐”이라고 비판했고, 정의당은 “그놈의 MZ 타령 좀 그만하십시오”라고 논평했다.

◇MZ의 마음은 오리무중?

윤석열 대통령이 청년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유권자 지형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20~40대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50대 이상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지지하는 구도였다. 그 이후엔 20~50대와 60~70대(60대 이상)의 대결로 구도가 개편됐다. 하지만 2021년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됐다. 당시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을 앞질렀다. ‘젊으면 진보, 나이 들면 보수’라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이후로 20~30대는 스윙보터(부동층)로 여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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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 행사에서 공무원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이 행사에는 MZ세대 70명을 포함한 공무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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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전체 민심 지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2030이라는 게 확인됐다”며 “집권 세력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얻는 동시에 정권의 안정적인 재창출을 위해 유동적 유권자인 2030에게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Z세대인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은 순리인데, 현재 기득권을 점하고 있는 민주화 세대는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며 “꽉 막힌 현실을 뚫어주는 게 현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유권자의 34%를 차지하는 청년층과 손을 잡지 않고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MZ세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윤 대통령의 믿음도 하나의 이유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높은 집값, 초저출산 등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 가운데 상당수가 MZ세대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청년특보를 맡았던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기성세대에는 무조건 국민의힘 혹은 무조건 민주당을 찍는 유권자가 많지만, MZ세대는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며 “윤 대통령은 ‘MZ세대의 의견은 이념에 따른 게 아니라, 실용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고 전했다. 장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우리(윤석열 정부)가 정말 잘해서 청년 개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고, 국익과 미래를 생각하는 실용주의적 정책을 펼쳤을 때 MZ세대가 우리의 우군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MZ세대의 여론이 곧 전체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책 ‘MZ세대 사용설명서’의 저자 김효정은 “MZ세대는 보수에도, 진보에도 속하지 않는다. 단지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지녔을 뿐”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당하고,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다. 현 정부가 이들의 의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MZ무새는 필요없다”는 2030

하지만 정작 MZ세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를 보면, 20대의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4%, 30대 지지율은 23%였다. 취임 직후인 작년 5월 지지율과 비교하면 1년 도 안 돼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2022년 5월 2주 같은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45%, 30대 지지율은 54%였다.

지난 대선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는 회사원 박모(30)씨는 “(취임 직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겠다는 윤석열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요즘에는 ‘기대를 접어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며 “’주 69시간제’는 물론이고 자녀 학교 폭력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고위직에 앉히려고 한 것, 여당 전당대회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 등 실망한 지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대통령이나 장관 등이 ‘MZ’ 운운하는 것을 보면 친구들끼리 ‘MZ무새(MZ+앵무새, ‘MZ’란 말을 반복적으로 계속하는 사람이란 의미) 아니냐’고 한다”며 “윤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삶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말만 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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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졸업생들과 악수하는 모습.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저와 정부는 여러분이 미래를 꿈꾸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바꾸고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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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MZ세대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이번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한 MZ세대의 반응을 보고받고 큰 상실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대선 때부터 청년 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국정철학에도 청년에 대한 큰 관심이 담겨 있음에도, 정작 청년들이 정부를 불신하고 비난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주 69시간제’ 논란은 실무상 문제로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노선의 진의가 왜곡된 대표적 사례”라며 “대통령실 내부에는 MZ세대의 의견을 잘 듣는 동시에 이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보고체계 간소화 등 파격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취임 6개월까지는 전임 정부 탓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부터는 모든 게 다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치솟는 물가, 악화된 고용 등 좋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서 2030세대의 불안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큰 상황 변화가 없다면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집권당에 항의성 투표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MZ세대의 삶에 현실적 도움을 줄 것이란 확신을 줘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MZ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개혁, 그들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진솔하면서도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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