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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시청에 불지르고, 법원 난입…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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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 후 첫 총파업 시위

경찰, 진압 나서 전국서 457명 체포

경향신문

화염에 휩싸인 보르도 시청 건물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화염에 휩싸인 보르도 시청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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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법안 통과 후 첫 총파업이 벌어진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분노가 거세게 타올랐다. 남부 보르도에서는 시청 현관이 불에 탔고 서부 낭트에서는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했다. 파리에서는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을 부쉈다. 르몽드는 “분노의 하루”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는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연도를 뜻하는 “1789?” “마크롱 사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방호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 소방관들은 “대통령은 국민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TV 생방송에 출연해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연말까지 연금개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3시40분쯤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한 시위대는 파리 중심가를 2시간가량 평화롭게 행진했다. 인파가 워낙 많아 앞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일부 상점 유리창과 명품을 선전하는 버스정류장 광고판은 파손된 상태였다. 가디언은 ‘파괴자들’이라고 불리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버스정류장, 광고판, 상점 창문, 맥도널드 매장, 신문 판매대 등을 파손했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엘리제궁에서 2㎞가량 떨어진 오페라 광장에 이르자 저지선을 치고 기다리던 경찰은 최루탄을 쐈다. 시위대가 기침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고, 쓰러져 구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위대 일부는 쓰레기 더미와 신문 가판대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 곤봉을 든 경찰이 도로로 돌진해 시민들을 밀어냈다. 시위대가 파리 도심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소규모 방화와 경찰의 최루탄 발사는 자정이 넘도록 계속됐다.

주요 도시 시위도 더욱 격화된 모습이었다. 르몽드와 AF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보르도에서는 18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시청의 현관이 불에 탔다. 낭트에서는 시위대가 행정법원에 난입했고 로리앙에서는 경찰서 벽이 불길에 훼손되고 관청 유리창이 깨졌다. 루앙에서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최루탄에 맞아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렌에서는 경찰이 물대포까지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파리 11만9000명, 전국에서 108만명이 참여했다. 프랑스 일반노동총연맹(CGT)은 파리 80만명, 전국 35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내무부는 전국에서 457명이 체포되고, 경찰과 군경찰 441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쓰레기와 신문 가판대에 불을 지르는 등 화재는 903건 발생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1500명가량의 폭도들이 공공건물을 부술 목적으로 참여했다”며 “체포된 일부는 공권력에 대한 공격이나 방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시위 폭력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이날 시위에서 “젊은층과 급진주의자들의 참여가 유독 늘었다”고 짚었다. 프랑스24는 “주요 도시에서 불을 지른 시위대는 평화적 시위를 호소한 노조 지도자들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로랑 베르제 프랑스 민주노동연맹(CFDT) 위원장은 대다수 시위대는 평화롭게 행동했고 폭력은 경찰과 일부 시위대 상호 간에 일어났다면서 “더 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국가가 연금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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