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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은행 "계약률 70% 안되면 대출 불가"···공사 중단 위기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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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 비상···시공·신탁사 등 연쇄부실 우려

책임준공 확약 등 안전장치 마련에도 은행 몸사려

미분양 급증 속 사업장마다 7%대 캐피털 등 기웃

고금리 협약땐 수분양자도 부담···"당국 개입 시급"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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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가 중도금대출 협약 은행을 찾기 어려워진 것은 미분양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도금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계는 중도금대출이 막히면 공사가 멈추고 시공사가 도산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4일 PF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과 농협 등 은행권이 중도금대출 승인 시 필요로 하는 분양률을 대폭 높이면서 건설 업계는 중도금대출 협약 은행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분양이 시작된 후 시행사들은 금융권과 집단대출 협약을 맺는다. 분양만 하면 팔리던 시절에는 중도금대출 협약 금융기관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중도금대출 기관을 찾는 일이 어려워졌다.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늘어나는 미분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만 2722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올 1월 말 7만 5359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아파트 기준으로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지식산업센터 등의 분양률은 더욱 떨어진다.

분양 시장은 어려워졌는데 은행들이 이전보다 더 높은 초기 분양률을 요구하면서 중도금대출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단위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이 중도금대출 승인 분양률로 통상 최소 70%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대 시중은행은 수도권과 지방 등 사업장의 위치에 관계없이 약 70%를, 지방은행과 단위 농협 등의 경우 지방 사업장에 대해서는 약 60%를 요구하고 있다. 비교적 중도금대출 문턱이 낮은 신협도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 대해 약 60%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분양률이 30%로 낮아도 사업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현장에는 1금융권이나 단위 농협 등이 중도금대출을 실행했다”며 “지금은 사업성과 별개로 대개 최소 60~70% 수준의 분양률을 요구해 중도금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자금 사정이 급해진 시행사는 제2금융권을 찾고 있지만 문제는 금리다.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중도금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가 4% 후반~5% 초반(아파트 기준), 단위 농협·신협 등은 5%대 후반~6%대 초반인 반면 저축은행·캐피털은 7%대 중후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높은 금리는 수분양자나 시행사가 감당해야만 한다.

은행권은 준공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높은 분양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중도금대출은 차주인 수분양자의 신용보다는 미래에 준공될 아파트 등 건물을 담보로 집행하는 것인데 준공에 실패하거나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보수적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준공이 안 되거나 준공 시점이 밀릴 경우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는 주가와 대손충당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준공 실패로 최종 손실을 입지 않더라도 피해를 보는 만큼 보수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와 PF 업계는 은행권의 리스크 회피가 과하다고 지적한다. 준공의 경우 시공사 또는 신탁사가 책임준공확약을 맺고 있으며 중도금대출 회수의 경우 시공사의 연대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구입자금보증이 있기 때문이다. HUG의 주택구입자금보증은 수분양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중도금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HUG가 중도금대출 중 80%에 대해 대신 책임지고 상환하는 제도로, HUG는 5대 시중은행 등 약 20곳의 은행 및 보험사와 주택구입자금보증 협약을 맺은 상태다.

앞으로 중도금대출이 계속해서 막힐 경우 시행사는 물론 시공사와 신탁사 등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자금난에 빠진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건설사가 도산하거나 공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 통상 시행사는 본PF를 통해 조달한 자금과 수분양자로부터 받는 계약금·중도금 등을 통해 공사비 등 사업비를 부담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도금대출 미실행으로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가 미수금을 깔고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도 나타나고 있다”며 “공사비 지급이 늦어지면 시행사 입장에서도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본PF보다 중도금대출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금리가 훨씬 낮은 상황에서 중도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은 시행사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신탁사는 책임준공확약을 한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할 경우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

업계는 금융 당국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 PF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은행권도 분양률을 낮출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PF 시장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도금대출까지 막히면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하루빨리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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