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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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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고 배송 빨라"…韓무기, 러시아산 빈자리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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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동남아 시장 최대 승자는 한국"…
전쟁서 보여준 러시아산 성능, 이미지 등 영향

머니투데이

폴란드 그디니아 항구에 도착한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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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 무기 판매가 급감하면서 그 공백을 한국이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남아 지역에서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으며, 러시아의 무기 판매 시스템이 앞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작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동남아 최대 무기 공급국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20년간 러시아는 이 지역에만 110억달러(약 14조1702억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며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을 앞질렀다. 러시아는 동남아 국가들에 하이테크(첨단기술) 무기를 저렴하게 제공했고,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도 받아줬다. 미국 등 서방과 달리 인권 문제로 내정에 간섭하는 일도 없었다.

러시아산 무기의 위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장에서 러시아산 무기의 성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전 세계가 목격했고, 일부 동남아 국가는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면 평판이 나빠질까 봐 우려하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 방산업체가 무기 제작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것도 걸림돌이 됐다.

러시아 무기 거래상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한국이 채웠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에서 최대 승자는 한국"이라며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한국이 현재 동남아 지역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라고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SIPRI가 이달 중순 발간한 '2022년 국제 무기이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가 무려 7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22년 사이 한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한 상위 3개 국가는 △필리핀(16%) △인도(13%) △태국(13%) 등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산 무기가 가격과 품질, 신용 거래, 신속한 배송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한국 업체들은 토착 방위산업이 없는 동남아 국가들에 무기 판매와 함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자리를 대체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무기 판매는 오히려 주는 추세다. 중국산 무기의 품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2017년 중국과 10억달러(약 1조2925억원) 규모의 잠수함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엔진 문제가 불거지며 무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친(親)중국 성향의 미얀마 군사정권도 중국-파키스탄 합작 기업이 제작한 전투기 품질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대부분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등 중국과 분쟁 중인 국가들은 '잠재적 적국'으로부터 무기를 사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동남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게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는 동남아 지역에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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