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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MZ노조 “혈세를 노조가 왜 받나…노동 약자에게 보조금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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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각 기업의 신생 노조 위원장들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결의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 위원장(앞줄 오른쪽)과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앞줄 왼쪽)이 각각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동훈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위원장, 백재하 LS일렉트릭 사무노조 위원장, 전승원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위원장, 김우용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 위원장, 유 위원장, 박재민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노조 위원장, 송 위원장.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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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자주성 확보를 이유로 정부가 제안한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협의회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양대 노총’이 최근 5년 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약 1521억 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회계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상황에서 기성 노조와 차별화한 행보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혈세를 노조가 왜 받나” 보조금 수령 반대

새로고침 협의회는 24일 고용노동부의 ‘노동단체 지원 사업’에 대해 “자주성을 키우기는 것이 선결이라고 판단해 (보조금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이달 초 정부로부터 ‘노동단체 지원 사업’과 관련해 e메일로 공문을 전달받은 뒤 내부 토론과 표결을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달 양대 노총과 그 산하기관이 대부분을 받아 온 노조 지원 보조금을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도 받도록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협의회에 참여한 10개 노조 중 대부분은 보조금을 받으면 협의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보조금 신청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정부 보조금을 노조가 받아선 안 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협의회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아직 기반이 잡히지 않은 소규모 노조 단체가 지원금을 타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노동권 사각에 있는 노동 약자들에게 보조금이 지원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노조는 사무실 마련이나 홈페이지 제작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협의회 운영 방침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 기존 노조 인식 개선 촉구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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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MZ노조 ‘새로고침’과의 노동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3.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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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안팎에서는 기존 노조들의 보조금 수령 및 집행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노조가 꼭 필요한 곳에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보조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노동자 자녀 장학금 지원, 근로자권익보호교육사업, 근로자무료법률상담 등 매년 50여개의 사업 명목으로 노조나 노사관련 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고용부가 사업을 공고하면 노조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조 지원금의 대부분이 양대 노총 및 산하 노조에 지원되고 있고 이마저도 회계 투명성 논란이 일며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고용부가 집행한 총 노조 지원금 총 35억 원 중 31억 원은 양대노총 및 그 산하 노조에 지원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노총 중에서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수령 금액이 크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17곳도 양대노총에 총 265억9800만 원을 지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양대노총에 모두 1520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노동단체들에 회계 장부 공개를 요구하고 15일에는 미공개 단체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절차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혈세로 지원된 보조금이 자격을 갖춘 단체를 통해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조금을 지급받는 노조가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해주기보단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여론이 있다”며 “왜 이런 인식이 생기는지 양대노총이 스스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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